커뮤니티케어 4대 핵심과제 커뮤니티케어 핵심과제와 세부계획이다. 인포/ 이연우 기자

  “상품화된 의료에 돌봄은 없다”.
  의료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돌봄의 현실을 비판한 기사의 제목이다. 의료 시장이 의료와 돌봄으로 나뉘면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돌봄 서비스가 개발 및 시행 중이다. 그 중 커뮤니티케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의료와 돌봄의 분리로 인한 문제점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커뮤니티케어 현황과 만족도, 선도사업 지역 현황과 대상자의 만족도다. 인포/ 이연우 기자

명확해지는 의료와 돌봄의 분리

  의료와 돌봄은 왜 분리됐을까? 
  치료란, 병을 잘 관리해 낫게 하는 것으로 병을 고치는 ‘의료’와 건강 회복을 돕는 ‘돌봄’이 이에 속한다. 돌봄 제도는 대상자의 필요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2025년 노인 비율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추측하며 돌봄 서비스의 수요 역시 급증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다양한 돌봄 제도가 발전하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란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이나 일상 가사활동을 지원해 주는 제도로, 의료비와 요양비를 제공하는 국민건강보험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복지부는 이전처럼 의료비와 요양비를 한번에 보장하지 않고, 각각을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관리한다.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김경자 석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도입으로 두 제도의 연계가 어려워 재정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다”며 “이로 인해 의료와 돌봄이 나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료와 돌봄이 자연스럽게 분리된 이후, 현대 의료의 의미가 좁은 의미의 의학이나 의학적 진단으로 축소되며 돌봄은 의료 영역에서 사라지고 있다.
  돌봄 서비스의 문제점 부각  
  의료 시설의 돌봄 제도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는 보호자 또는 요양 시설의 도움을 받는다. 현재 의료와 분리된 돌봄 제도는 돌봄 대상자에게 원활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돌봄 서비스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의존하고 있어,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 58만 명이 이용한 노인장기요양 지출액은 5조 7,000억 원이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5,000만 명의 2017년 급여비인 55조 원과 비교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자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보다 급여비를 10배 이상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부과된 돈에도 불구하고 노인돌봄 서비스는 인력 부족과 노인 학대, 저소득층의 돌봄 사각지대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돌봄 대상자는 복지사가 직접 찾아오는 재가복지 서비스(이하 재가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2020년, 복지부가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서 56.5%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응답했듯이, 돌봄 대상자는 재가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재가 서비스는 정부 예산 부족으로 운영상의 문제점이 지속해서 드러났다. 복지부 박문수 사무관은 정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재가 서비스는 서비스 기관의 연계 부족과 서비스 제공 체계 부실로 인해 지역 내에서 돌봄 대상자에게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봄 대상자의 보호자는 비용 측면에 부담을 느끼고, 자립이 어려운 돌봄 대상자는 어쩔 수 없이 시설로 들어간다. 돌봄 대상자가 적절하고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커뮤니티케어 현장, 대전시 ‘우리동네 돌봄 사업’ 모습이다. 사진/ 유성구청 제공

지역사회의 통합 돌봄, 커뮤니티케어

  커뮤니티케어란?  
  복지부에 따르면 ‘커뮤니티케어’는 돌봄 대상자가 자신이 살던 곳과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다.
이미 1980년대부터 일부 복지국가들은 커뮤니티케어를 실시하며, 가족과 시설에 의존적이던 돌봄 체계를 지역구성원이 상호의존하는 체계로 변화시켰다. 영국과 일본은 각각 ‘커뮤니티케어법’과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제정하고 지역에 포괄적인 커뮤니티케어를 제공할 책임을 부여했다. 스웨덴도 1950년대 도입한 재가 서비스에서 지역의 책임과 재량을 확대해 ‘사회서비스법’을 개정했다.
  2018년 11월, 우리나라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 계획’을 통해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의료·요양돌봄·주거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CNU 커뮤니티케어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우리 학교 간호학과 박명화 교수는 “복지부는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한 재가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고자 다른 나라에서 시행된 커뮤니티케어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 계획’을 통해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포용 국가를 만들기 위한 4대 핵심과제를 선정해 공개했다. 커뮤니티케어의 4대 핵심과제는 ▲주거지원 인프라 확충 ▲방문건강 및 방문의료 ▲재가 돌봄 및 장기요양 ▲서비스 연계를 위한 지역 자율형 전달체계 구축이다. 각각의 과제는 어르신 맞춤형 케어안심주택, 집중형 방문건강서비스 등의 세부 목표를 포함한다. 이외에도 장애인, 정신질환자의 자립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모델이 있다.
  커뮤니티케어의 효과  
  커뮤니티케어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이전 돌봄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돌봄 서비스 제공 방법을 강화해 이전 돌봄 서비스와 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실현함으로써 ▲대상자 선정 방법 다양화 ▲대상자의 욕구 조사 방법 체계화 ▲대상자 중심의 네트워크 ▲욕구에 대응하는 돌봄 서비스 제공 ▲서비스 융합 등을 도모할 수 있다.
  그동안 주거 서비스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의 주거급여 중심이었고, 의료기관에서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커뮤니티케어가 도입된 후, 복지부는 주거를 기반으로 각종 서비스가 제공되는 ‘케어안심주택’을 공급하며, 거동이 불편한 돌봄 대상자를 위해 의료인이 대상자의 집으로 찾아가 왕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기존에 제공된 돌봄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재가 서비스를 확충해 지역으로의 복귀, 정착을 돕고 있다. 이처럼 커뮤니티케어는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서비스 체계를 만든다.  
  복지부의 2021년 커뮤니티케어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커뮤니티케어를 받은 노인들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85점이며 같은 서비스를 받은 정신질환자의 만족도는 83점, 장애인은 72점이다. 또한, 보호자의 부양부담감도 감소하는 등 대상자와 보호자 모두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3월,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청양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커뮤니티케어 담당 공무원을 칭찬하며 고마움을 전하는 A 씨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커뮤니티케어 추진 현황

  선도사업 지역
  정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선도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광주 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등 8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이후 추가 선발된 8개 지자체에 커뮤니티케어의 핵심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 대상은 노인과 정신질환자, 장애인이며 각 선도사업 지역에 정부연계사업, 지역자체사업, 지역 맞춤 서비스를 구축해 커뮤니티케어를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기준 총 2만 3,422명을 대상으로 돌봄 대상자의 욕구조사 및 상담을 거친 후 그중 92.2%인 2만 1,585명에게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를 제공했다. 선도사업 지역에는 ▲보건 및 의료 ▲돌봄 및 요양 ▲일상생활 ▲주거 ▲정신 건강 및 심리  정서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제공 기반을 구축하고, 2026년부터는 커뮤니티케어를 보편화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 실무회의를 통해 커뮤니티케어를 보편화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인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법’ 제정을 2019년 9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는 각 지자체가 해당 법안을 토대로 자주적으로 커뮤니티케어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선도사업 미선정 지역  
  복지부가 주관하는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아 지자체가 직접 커뮤니티케어를 도입해 진행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대전시는 지자체에서 2021년까지 유성구와 대덕구, 동구와 서구를 시범 사업 지역으로 선정해 커뮤니티케어 개발 및 제도 정비를 추진했다. 올해 하반기에 중구를 추가해 시범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전시 김정태 지역복지팀장은 지난해 운영한 커뮤니티케어에 대해 “지역사회 및 자택에서 계속 거주하기 위해 돌봄 대상자의 개인별 욕구 조사 후 주거환경개선사업, 행복꾸러미 나눔 등 맞춤 서비스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대전시 외에도 충북 괴산군, 광주시 광산구, 충남 서천군 등 여러 지역에서 ‘00형 커뮤니티케어’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괴산군 지자체는 괴산군에 적용 가능한 모델 구축 필요성을 인식하고 2021년 8월부터 연구를 시행해 ‘괴산형 커뮤니티케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괴산형 커뮤니티케어’는 주민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함께 설계하는 자립형 돌봄 시스템이다.

커뮤니티케어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

  선도사업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은 준비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마련하며 배치 인력 및 물적 자원 부족 등의 한계에 부딪힌다. 예로 2021년 커뮤니티케어 사업에서 대전시는 시비 70%와 구비 30%의 예산 분배로 자치구당 1억 원을 마련해 사업을 추진했다. 대전시 김정태 지역복지팀장은 현재 대전시 커뮤니티케어에 대해 “정부 선도사업이 아닌 대전시 자체 시범 사업이라 국비 지원이 없다”며 “사업 예산과 자치구의 조직 및 인력이 부족하고 중장기 세부 계획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선도사업 지역으로 지정돼 정부 관할하에 커뮤니티케어가 추진되고 있는 곳에서도 문제점은 발생한다. 커뮤니티케어는 기존의 다양한 보건의료복지 제도를 통합해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도사업 지역은 커뮤니티케어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기존의 핵심 제도와는 별개로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명화 교수는 “커뮤니티케어의 본래 취지와 달리 기존 돌봄 제도와 지역의 커뮤니티케어가 따로 시행돼 중복적인 일에 노력을 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커뮤니티케어에 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2021년 의료정책포럼을 통해 커뮤니티케어에서의 병원 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계획안에 드러난 의사의 역할은 퇴원계획 수립, 왕진·방문 진료를 포함한 재택 의료에 한정돼 있다.

더 나은 커뮤니티케어를 위해

  정부는 커뮤니티케어 정책토론회와 커뮤니티케어 관련 포럼을 진행하며 현황과 개선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단순히 복지 측면이 아닌 의료와 보건, 복지가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지속가능성과 ‘영역 내’ 및 ‘영역 간’ 연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현재 정부는 기존 돌봄의 핵심 제도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대해 구상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커뮤니티케어와 이전 제도를 통합하기 위해 지난 10월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 사업을 모의 적용해 실시했다. 이번 모의 적용은 논의에만 그쳤던 요양병원·장기요양·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도구를 마련했다. 정부는 이를 현장에 적용해 개선 및 필요 사항을 도출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복지부 양성일 차관은 “이번 모의 적용을 통해 커뮤니티케어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커뮤니티케어가 전국적으로 도입되기 전까지 선도사업이 아닌 지역의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건강보험연구원 정현진 보험급여연구실장은 복지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보건의료 서비스 연계 확대, 대상자별 서비스 이력 등에 대해 시군구와 서비스 제공기관 간의 정보 공유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돌봄 대상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자원을 지속해서 확보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 공급 기관 간의 긴밀한 소통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나아가 주민의 인식을 제고해 지역 실정에 맞는 서비스 모델 수립이 필요하다.
   2018년,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논의에서 커뮤니티케어는 ‘포괄적인 사회서비스의 목적이자 전략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강조된 바가 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정책 대상을 설정하고 재가 서비스를 연계해 현재 커뮤니티케어 문제점의 대안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본래 커뮤니티케어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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