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주 교수, CNU 여성젠더연구소 김명주 교수다. 사진/ 신소민 기자

  여성들에게 억압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여성들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들의 어려움은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이에 우리 학교 김명주 교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강조했다. 여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외부의 도움도 물론 필요하지만 개인 스스로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충대신문이 김명주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충대신문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영어영문학과(이하 영문과) 김명주 교수입니다. 24년째 충남대 영문과에 재직하며 현대미국소설, 미국 문학의 이해 그리고 대학원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젠더학과 주임 교수와 여성젠더연구소(이하 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인 김명주 교수, 김명주 교수가 충대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소민 기자

Q. ‘CNU 여성젠더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A. 연구소는 지난 2021년 11월에 설립됐어요. 여성젠더학과 협동과정 교수님들께서 교수와 학생의 여성젠더학 연구를 강화하고자 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대학원생 연구, 시민 교육, 학술대회, 논문집 발간이 연구소의 핵심적인 활동이 될 것입니다. 저는 페미니즘에서 교육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면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사람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봅니다. 연구소가 이 교육을 담당하는 단기 교육 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고 이후에는 관련 연구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대중적이진 않더라도 저희가 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집을 발간할 계획입니다.

연구소 설립 기념 포럼, 김명주 교수가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여성젠더연구소 제공

Q. 지난달 17일 대전·충청·세종 지역여성의 임파워먼트를 위한 여성전문가 초청 포럼을 열었습니다. 포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페미니즘의 핵심은 여성들이 힘을 갖는 것입니다. 남을 지배하는 힘이 아니라 차별이나 무시에 주눅들지 않는 내면의 힘을 갖는 게 중요해요. 저는 그걸 임파워먼트라고 부릅니다. 현재 여성 임파워먼트의 문제점은 세대별로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젊은 세대의 경우, 가정에서 차별을 받고 자라온 세대는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사회에 진입한 후에는 소위 말하는 가부장제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포럼은 여성 임파워먼트를 가로막는 현안을 발굴하기 위해 열렸어요. 연구소에서 전문가들의 발표를 듣고 질문하며 논문과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죠. 포럼에 초청된 여성 전문가들과 함께 앞으로 우리가 여성을 위해 진행할 프로젝트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폭넓게 수렴하고자 했습니다.

Q. 여성젠더학과에서는 어떤 과목을 가르치고 계신가요?
  A. 여성젠더학과에서 개설하는 4개의 과목 중 교수님이 고정된 두 과목을 제외하고 남은 두 과목은 교수님들께서 돌아가며 강의를 합니다. 저는 지난 학기에 ‘페미니즘과 고전 읽기’라는 과목을 가르쳤어요. 
  사실 저는 문학 텍스트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해석하는 사람이지 여성학 전공자는 아니에요. 문학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겐 사회를 해석할 수 있는 전공자가 필요했는데 이제 두 분의 여성학 전공자들도 모시게 됐습니다. 이번엔 폭넓고 균형된 교과과정을 여성젠더학과에 만들게 돼서 마음이 놓입니다.

Q. 현재 중도일보에 연재하고 계신 칼럼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지인의 소개로 칼럼 연재를 시작하게 됐어요. 칼럼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글입니다. 저는 페미니스트로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칼럼을 쓰고 있는데요. 글감이 마땅치 않을 때도 있고 분량을 채우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미리 소재를 메모해 두고 칼럼 작성 시 메모를 다시 훑어보면서 주제를 정합니다. 저는 주로 페미니즘과 관련된 글을 쓰지만 정치·사회에 대한 일반적인 제 소견을 쓰기도 해요. 조국 사건, 코로나19 등 그때그때 시사성이 있는 문제를 골라 글을 씁니다.

Q. 처음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제 성별에 강한 자의식을 느꼈어요. 저희 언니는 얌전한데 저는 밖에 나가서 뛰어다니고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제게 ‘쟤는 왜 저래’, ‘쟤는 여자애가 아니잖아’ 등의 말을 하며 모욕적인 별명을 불렀어요. 전 여자인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데 성 고정관념이 저를 묶고 자유를 제한하는 느낌을 받아 갑갑했죠. 그러면서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제가 1987년 미국에서 공부할 때 페미니즘 강의를 들으며 페미니즘 이론을 처음 접했어요. 그때부터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죠. 또한, 영문학 텍스트를 공부하면서 소설을 페미니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에도 흥미를 느꼈어요. 시간이 지나, 소설을 읽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여성 작가들의 경험에 나를 동일시하며 공감하는 경험을 했어요. 점차 여성 작가들 작품에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통해 문학 텍스트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분석하는 연구를 하게 됐습니다.

Q. 여성 문제를 위해 여러 활동을 이어오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지역의 여성 문제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4년쯤입니다. 그때부터 대전 지역에서 개최되는 여성 활동가들의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했죠. 당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없었지만, 작년 초 여성젠더학과 설립 이후에 큰 고초를 겪었어요. 지난 2020년 12월 여성신문을 통해 제가 여성젠더학과를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후 해당 기사에 반페미니즘 댓글이 달리고 제 연구실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어요. 학과, 대학원실, 대학원장실, 총장실로 하루에 10통 이상의 전화가 왔어요. 전화를 건 사람들은 “이거 왜 만듭니까?” 등의 발언을 했죠. 그 말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어요.  
  젠더를 동성애와 착각하는 사람도 매우 많았어요. 실제로 해당 기사에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고 학교 정문 앞에 사람들이 와서 피켓 시위를 하기도 했죠. 그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한편으론 힘이 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멀었구나.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이 많구나’ 이런 생각이 들고 사명감도 느꼈어요.
Q. 반면 뿌듯했던 경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저와 여섯 분의 교수님들과 함께  ‘페미니즘과 고전’이라는 교양 과목을 두 학기 동안 팀티칭 했습니다. 제가 영문과 수업을 할 때는 강의 평가에 그렇게 많은 코멘트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페미니즘과 고전’은 학생들이 긍정적인 코멘트를 많이 달아줘요. 제가 그것을 보고 매우 큰 힘을 얻었어요. 이게 정말 임파워먼트죠. ‘많은 지식을 얻게 됐습니다’, ‘내가 변했습니다’ 학생들의 이런 코멘트를 보면 저도 보람을 느껴요.

Q. 최근 젠더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적정 수준을 지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저는 정치권이 정치적·경제적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적인 예로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 한 의원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서 그 예산을 남성들 군대에 지원해 주겠다’ 그런 얘기를 했어요. 이렇게 되면 남자들은 ‘군대에 들어가서 고생하는데 여자들 때문에 우리가 뭔가 손해를 보고 있네’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죠. 사실은 남녀갈등이 그렇게 심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로 인해 과장되는 것 같아요.  
  일부 사람들은 소수의 변질된 페미니즘만 보고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어요. 소수는 그럴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페미니스트는 그렇지 않은데도 자기 멋대로 허수아비를 세워 놓고 막 때리는 거예요. 저는 그래서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상의 표면만 보지 말고 내면까지 보면서 우리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해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모든 것은 새롭게 생성될 수 있기에 교육이 중요해요. 과정이 어려울 순 있겠지만 우리가 희망을 갖고 노력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40대, 50대가 된 세상은 한결 나아져 있을 거예요. 한결 나아진 세상은 거저 오진 않아요. 열심히 노력해야 나아지는 거예요. 

Q. 교수님께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A.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페미니즘이 표면적으로 여성을 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젠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고 이것은 남성을 위한 것이기도 해요. 남성도 가부장제하에서 ‘남성다워야 한다’라며 억압받는 부분이 많아요. 저는 모든 사람이 주눅들지 않고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어요. 현직에 있는 동안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여성젠더학과의 기틀을 잘 잡아놓고 퇴임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젊었을 땐 기성세대 비판만 했는데 이젠 제가 그 기성세대가 됐어요. 그래서 기성세대로서 저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다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우리 학생들에게 ‘진짜 실력을 닦아라’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역량을 강화하고 내적인 힘을 기르라는 겁니다. 내적인 힘은 자신감에서 나오고 또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한 실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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