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위치

                                                                  김행숙

 

날아오르는 새는 얼마나 무거운지, 어떤 무게가 중력을 거스르는지,
우리는 가볍게 사랑하자. 기분이 좋아서 나는 너한테 오늘도 지고, 내일도 져야지.
어쩜 눈이 내리고 있네. 겨울 코트엔 온통 깃털이 묻고,
공중에서 죽어가는 새는 중력을 거절하지 않네.
우리는 죽은 새처럼 말이 없네.
(···)
어쩜 눈이 내리고 있네. 오늘은 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오늘은
발자국이 생기기에 얼마나 좋은 날인지,
(···)
눈 내리는 소리는 안 들리는데 눈을 밟으면 소리가 났다.
우리는 눈 내리는 소리처럼 말하자. 나는 너한테 안 들리는 소리처럼 말했다가
죽은 새처럼 말했다가
죽은 새를 두 손에 보듬고 걸어가야지. 

 

  겨울에 내리던 눈이 멎고 봄은 시작됩니다. 지난겨울을 보내며, 학우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고 계신가요? 봄을 맞는 여러분의 마음이 무겁지 않고, 신중하면서도 가볍길 바랍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시는 김행숙 시인의 『에코의 초상』 중 「새의 위치」입니다.
  시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새’와 ‘눈’ 그리고 ‘사람’입니다. 새와 눈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새와 눈은 무거운 중력을 제치고 공기 위를 날아오릅니다. 그러나 사람은 중력의 지배를 받습니다. 그러니까 중력에 사로잡혀서 하늘을 날지 못하죠. 그저 가장 낮은 길바닥을 걸으며 발자국을 만들 뿐입니다. 발자국과 죽은 새는 추락을 의미합니다. 살아있는 새는 중력을 거스를 수 있지만, 죽은 새는 날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에서 눈에 띄는 문장을 고르라면, 저는 ‘우리는 가볍게 사랑하자’를 고를 것입니다. 사람은 중력을 뛰어넘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사랑을 할 때의 마음만큼은 무겁고 싶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마음이 둥실 하늘로 떠오를 것만 같습니다. 화자는 기분이 좋아지고, 날개가 돋아나는 상상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사랑에는 기분 좋은 가벼운 마음만 있지 않습니다. 사랑의 피어남과 시들어버리는 마음에는 각자의 무게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시에는 ‘죽은 새’와 반대되는 ‘눈 내리는 소리’가 등장합니다. 사랑을 하면서 다양한 감정의 무게를 느끼는 화자와 그 상대방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시의 마지막 문장을 봅시다. 가볍게 사랑하기를 바랐는데, 화자의 마음은 곧 죽은 새입니다. 죽은 새는 하늘로 날아가지 못하니 손에 보듬고 걸어 다녔습니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는데, 화자의 팔은 헐거워져 빠지고, 마음을 줄줄 흘리고 다니고, 가장 낮은 곳에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새’와 ‘눈’ 그리고 대비되는 ‘사람’을 등장시킴과 동시에 겨울의 알싸한 분위기를 묘사한 시, 또한 사랑에 대한 마음의 무게도 드러난 시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화자는 시의 배경인 겨울을 살아가노라 쓸쓸한 느낌이었을 겁니다. 저는 3월을 바라보고 있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며 시의 배경과 화자의 마음에도 추운 겨울 대신 봄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학우 여러분의 마음에도 겨울 대신, 꽃과 새싹이 피어나는 봄날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박시현 (국어국문학·4) @garnetstar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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