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 냥 빚지는 ‘사이버 렉카’

김은지 기자, 영어영문학과

  지난 2월, 유명인들의 잇따른 비보가 전해짐과 동시에 일명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라 불리는 이들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우리 학교 에브리타임에서는 사이버 렉카 논란 조장 문제에 관한 다수의 게시물이 ‘HOT 게시물’로 선정되는 등 학우들 간의 치열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사이버 렉카의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며, 청원 참여 인원이 2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해당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우리 사회 공공의 적이 된 사이버 렉카, 그들은 누구일까? 

  사이버 렉카는 교통사고 현장에 잽싸게 달려가는 렉카(Wrecker·견인차)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 영상을 만들어 조회 수를 올리는 이슈 유튜버를 비판하며 생겨난 말이다. 사이버 렉카는 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나 인물을 다룬 영상을 집중적으로 제작하는데, 대부분 기성 언론이 보도한 기사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한 화면에 자신의 목소리 또는 신분을 철저히 숨기기 위한 변조음을 삽입한다. 
  앞서 언급한 비보가 있기 전까지 프로 배구선수 故 김인혁 씨와 방송인 故 조장미 씨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루머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 왔다. 그들을 향해 폭주하는 악플 뒤에는 사이버 렉카가 있었다. 당장 유튜브에 이들의 이름을 검색해 보면 “AV 배우야? 화장 좀 그만해”, “메갈 논란” 등 자극적인 섬네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자 하는 영상과 영상에 달린 다수의 악플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유명인이 사이버 렉카로 인해 큰 피해를 겪으며 강경 대응을 선포하고 있음에도 사이버 렉카는 끊임없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BTS의 멤버 뷔가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유튜버를 상대로 고소하겠다고 밝혔으나 해당 사이버 렉카는 “채널을 홍보해줘서 고맙다”며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이 이렇게 날뛸 수 있는 배경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최근 사이버 렉카와 같은 1인 미디어의 악명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1인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강력히 제한할 경우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어 관련 규제는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기폭제가 된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비방의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비방의 목적으로 거짓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파이낸셜뉴스의 자료에 의하면, 범죄자 대부분은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에 처하며, 평균 금액 또한 232만 원으로 벌금 최대치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또한, 유튜브는 현행법상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영상 삭제, 접속 차단 등의 규제가 불가능한 점, 사이버 렉카의 아이디를 알아도 외국 본사로부터 회원 정보를 인계받기 어려운 점이 문제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SNS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칼이 돼 생명을 위협할 때, 그 자유를 멈춰 세우는 것 또한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이용자들도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은 시대가 온 것이다. 그동안 ‘호기심’이란 핑계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관망해 왔다면 이제는 사이버 렉카 소비에 있어 이용자들이 각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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