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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빈곤층 지킬 에너지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엄수지 기자 | 승인 2022.01.12 12:57|(1173호)
에너지빈곤층이란 에너지빈곤층 개념에 대한 설명이다. 인포/ 엄수지 기자

  거의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은 기온에 민감한 대표적인 동물이다. 사람은 여름철 폭염이 시작되면 에어컨 없이 살지 못하고, 겨울철 한파가 시작되면 난방으로는 부족해 전기매트까지 튼다. 옷과 음식 그리고 집, 의식주에 이어 인간 생활의 네 번째 기본 요소인 에너지의 결여로 어떤 이들은 집이 있음에도 집으로부터 온전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여름엔 집 안이 밖보다 덥고 겨울엔 집 안이 밖보다 추워, 집이 기온 변화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가족의 생명을 보호해 안전하게 지켜주는 공간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집은 인간을 죽음으로까지 내몬다. 에너지, 그것이 결여된 사람들과 그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 숫자로 보는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 자료다. 인포/ 엄수지 기자

  에너지빈곤층이란

  2005년, 경기도 광주에 살던 중학생이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해 단전된 집에서 촛불을 켜고 잠들었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선 에너지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에너지빈곤층은 적정한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경제적 수준이 되지 않는 가구를 말한다. 1970년대에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겨울철 거실 온도 21℃, 거실 이외의 온도 18℃를 유지하기 위해 지출하는 에너지 구매 비용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를 에너지빈곤층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영국의 선례를 인용해 에너지 구매 비용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를 에너지빈곤층으로 간주하지만,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아니다. 가구의 정확한 소득 파악이 어려울뿐더러 소득의 10%가 적당한 기준 수치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둘로 나뉘기 때문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한 모호성 또한 존재한다. 에너지빈곤층의 예로는 연탄사용 가구뿐만 아니라 단열공사가 필요한 가구, 냉난방 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세 부담으로 기구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가구를 들 수 있다. 
  최소한의 에너지 소비 기준을 설정하는 최소에너지 기준은 일반 빈곤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개념을 에너지빈곤에 활용한 것이다. 지난 2017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행한 ‘에너지빈곤층 추정 및 에너지 소비 특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빈곤층 추정 결과 최소에너지 기준을 제외한 나머지 기준들의 경우 10% 내외의 가구 비율을 나타내는 반면, 이를 적용한 경우 에너지빈곤층은 전체 가구의 1/3을 초과한다.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 현 대책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이다. 인포/ 엄수지 기자

  에너지빈곤층 지원 현황

  국가 차원
  여름 폭염일 수는 기후변화로 매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때마다 온열 질환에 따른 건강관리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온열 질환은 열 때문에 발생하는 응급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된 온열 질환자는 두통, 어지러움, 의식 저하 등을 겪게 된다. 지자체는 노숙인이나 쪽방 거주자들이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피할 수 있도록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쪽방 상담소를 중심으로 무더위쉼터를 운영한다. 무더위쉼터 운영은 가장 좋은 온열 질환 예방책으로 불린다.
  여름철 대책과 비교해 겨울철 대책은 그나마 나은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작년 11월 15일부터 겨울철 자연재난 대책기간(~22.03.15)을 운영 중이다. 이 기간 겨울철 대설과 한파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취약계층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행된다. 또한 행안부는 온열 의자와 방풍 시설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한파 저감 시설 설치를 위해 특별교부세 30억 원을 지원했다.  
  대전시의 경우 2018년 말, 동절기 노숙인 및 쪽방 주민 보호 대책을 시행했다. 대전시는 노숙인 밀집 지역에 위치한  노숙인 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현장대응팀을 구성했고, 대응팀은 노숙인 시설 입소를 유도하는 24시간 상담과 함께 노숙인들이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핫팩 등 보온 물품을 지원했다. 에너지빈곤층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생계 급여 및 의료급여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난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사업 또한 시행됐다.  
  대전시는 작년 3월, ‘2030년 대전시 주거종합계획’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했다고 밝혔다. 이 중 주택 에너지 부담 완화 정책은 취약계층 에너지바우처 지원(16만 호)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민간 차원
  기업과 시민단체가 공통으로 하는 활동은 냉방 및 난방 용품 지원과 연탄 나눔(동절기) 정도다. 시민단체가 기업과 달리하는 활동이 있다면 바로 실태조사다. 
  2020년 말, 대전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과 국내 최대 에너지 전문 NGO 네트워크인 에너지시민연대는 2020년 겨울철 에너지빈곤층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는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약 2주간 ▲대전시 대덕구 ▲서울시 ▲부산시 ▲광주시(광산구/서구) ▲전라남도 목포시까지 총 6개 지역의 에너지 취약가구 300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대상의 가구 유형은 노인 세대가 247가구(82%)로 가장 높았으며, 평균연령은 73.7세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가구의 63%가 1980년도 이전에 지어진 30년 이상 된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택 에너지효율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창호 기능의 평균 만족도(5점 척도)는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가스보일러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장판만을 사용하는 가구도 일부(5가구) 있었다. 한파로 인해 44%(132가구)가 건강 이상을 경험했고, 에너지복지제도 수혜 여부(복수 응답)에 대해서는 혜택받는 복지제도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발견됐으며,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환경연합과 에너지시민연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취약계층을 포함한 노령층의 외부 활동이 더 제한적이고, 대면 활동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에너지취약계층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방법이 미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실태조사 결론을 냈다.

  현 대책의 문제점

  국가 차원에선 여름철 에너지빈곤층에 무더위쉼터를 제공한다. 그러나 무더위쉼터가 필요한 이들은 정작 이런 정보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부분 인터넷을 접속해야만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더위쉼터 정보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노숙인이나 쪽방에 거주하는 노인층한테는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코로나19에 따른 집합금지로 무더위쉼터 이용마저 쉽지 않다. 여름철 지원 규모가 겨울철 지원 규모보다 현저히 작다는 점도 개선사항이다.
  하지만 겨울철 지원 규모가 여름철 지원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일 뿐, 절대적인 지원이 많음을 뜻하진 않는다. 이는 최 씨의 사례로 알 수 있다. 대전시 동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최정희(75) 씨는 매년 난방을 위해 약 1,000개의 연탄을 쓴다. 최 씨는 “미용실이 위치한 지역이 재개발 지역으로 결정된 이후 손님은 1/10로 줄었지만, 복지관에선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만 연탄을 지급해 지자체로부터 지급받는 연탄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탄을 쓰는 다른 집보다 나은 형편이라 연탄 나눔이나 난방비 지원은 못 받고 있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원되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고 밝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탄 드는 게 아주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연탄 드는 게 무겁게 느껴진다”고 덧붙이며 연탄 사용에서의 어려움을 전했다.
  ‘연탄이라고요, 석탄 말씀하시는 거죠? 뭔가 사정이 있겠지만 우리 단체라면 매우, 매우 반대했을 것 같네요. 에너지빈곤을 퇴치하자는 건 집을 적절한 방식으로 따뜻하게 하자는 것이지 화석연료를 나눠 주자는 건 아니니까요. 그게(연탄 나눔) 최선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선 겨울철 빈곤층 연탄 나눔이 대표적인 에너지복지이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에 대한 ‘연료 빈곤 행동’ 루스 런던 대변인의 답변이다.
  실제로 유럽에선 화석연료로 인한 대기오염,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혹한이 에너지빈곤층에 더 가혹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연탄 나눔이 겨울철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아니라는 논의가 활발하다. 그 대신 주택 단열을 강화해 새 나가는 에너지를 줄이는 등 에너지 효율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전기나 가스를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연탄 나눔 대책의 실효성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빈곤층 현황 파악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자에 따라 상이한 기준을 적용해 에너지빈곤층 규모를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에너지복지사업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신설된 「에너지법」제16조의2에서 ‘저소득층 등 에너지 이용에서 소외되기 쉬운 계층’을 에너지이용 소외계층으로 밝히고 있으나, 구체적인 정의는 부재하다.
  에너지빈곤층이 한 나라의 에너지복지 상태를 나타내고 에너지지원사업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지만, 향후 에너지지원사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주요한 참고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에너지빈곤층 규모에 대한 장기적인 국가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에너지빈곤층을 줄여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이처럼 에너지빈곤층 지표는 정부의 에너지복지 관련 정책에 직접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에너지빈곤층은 에너지복지와 관련해 파악하고 관리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조용준 국장에 따르면 에너지빈곤층 대책의 지향점은 다양한 상황에 부닥친 에너지빈곤층에 맞는 다양한 대책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상황으로선 지향점에 다가가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빈곤층을 위한 정책들을 만들기 위해선 에너지빈곤층의 현황 등 기초 데이터가 필요해 환경연합과 같은 시민단체들이 지자체에 조사 필요성을 지속해서 알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의 의견이 반영된 적은 없다. 환경연합은 여름철 폭염, 겨울철 한파를 맞아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나 조사를 위한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약 50가구를 대상으로 미미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조 국장은 “에너지빈곤층에 속하는 분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여름철 폭염, 겨울철 한파에만 언론에 잠깐 비치는 현 상황이 아쉽다”고 말하며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성만 국회의원은 작년 8월 에너지복지를 위한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의 법적 근거를 구체화하는 ‘에너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한 해당 개정안을 통해 지자체와 유관기관 간 에너지복지 사업 수행의 원활한 협조를 가능하게 하고, 사회보장시스템 접근권을 보장해 에너지복지 대상 가구 자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의원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복지는 경제적 상황뿐만 아니라 주거환경이나 건강과 같은 삶의 질 측면과 에너지전환, 도농격차같은 외부환경 변화도 함께 고려하는 다차원적 정책으로 나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사업부터 우선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후 에너지법 개정안 통과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에너지복지에 대한 관심이 쏠려 에너지빈곤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사회의 관심 정도가 에너지빈곤층의 생활 개선 정도에 비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에너지빈곤층이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실태조사 이후엔 에너지빈곤층이 폭염과 한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주거환경 개선과 의료지원, 적절한 정보 전달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연탄 나눔은 단기적으론 에너지빈곤층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그들이 에너지빈곤층에서 벗어나는 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대신 에너지 소비가 많은 노후 건축물을 녹색건축물로 전환해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끌어올리는 사업인 그린리모델링 사업에 우선권을 줘 에너지빈곤층이 사는 집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1년, ‘에너지 기획 1부-우리 곁의 에너지 빈곤층’에 나온 훈이는 엄마와 함께 고장 난 전기장판이 있는 집을 나와 옆집 아는 아저씨 집으로 향한다. 냉골에서 빠져나와 이웃 아저씨 집의 전기장판 위에 누운 훈이는 내내 말이 없다가 이렇게 말한다. “저 열 받았어요, 추운 날씨 때문에 열 받았어요.”착하고 순수한 아이를 열 받게 한 그 추위는 여전하다. 여름의 무더위 또한 여전하다. 2005년 촛불을 켜고 잠들었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은 중학생과 같은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은 무려 16년 후인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에 기꺼이 귀기울이는 사회를 오늘도 바라고 있다. 

엄수지 기자  ssuzzyeom@o.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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