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성공보단 실패가 더 많다

  끊임없이 실패할 너에게.
  벌써 2학기와 1년이 훌쩍 지나가고 길거리에는 새로운 1년을 맞이하는 소리로 가득해. 아, 지금 상황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아서 그러지 않은 것 같다고? 그래도 달력이 2022년으로 넘어가고 길거리엔 새해를 반기는 문구가 가득한 걸 보면, 지금이 8월은 아니라고 느껴지지 않을까?
  나와 너 사이에는 큰 나이 차가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 그래도 차이점을 꼽자면 나는 내가 보낸 시간만큼 수많은 경험이 쌓였다는 것 정도겠지. 나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성공담만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실패한 이야기는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그다지 내세울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우리의 성공만으로 채워져 있어. 그러나 실은, 실패의 경험이 더 많지 않을까?
  대학교는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지를 굉장히 많이 알려줘. 학교에서 하는 강의부터, 누군가를 초청해서 들려주는 강연까지도. 근데 반대로 실패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려주지 않아. 누구나 매일 실패를 겪지만, “잘” 실패하는 방법을 알아나가기엔 우리는 모두 약하고 아픈 부분들이 많지. 아침에 매일 7시에 일어나려 했는데 하루 늦잠을 자서 그 이후로는 잘 안 하게 됐다든지, 지원하는 활동마다 떨어졌다든지, 친구나 애인과 멀어졌다든지, 목표로 했던 성적을 받지 못했다든지… 이런 상황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부분에서 실패했다고 느끼고, 내 삶을 실패한 삶이라고 스스로 정의하게 되는 것 같아.
  내 주변에서도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폐인처럼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게 되지. 특히 더 많은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면 그 상황은 더 처참하게 돌아오게 되는 것 같아. 누가 내 귀에 대고 소리쳐도 정신이 나가 있고 한마디도 머릿속에 박히지 않는 그런 상황이 오지.
  너무 뻔한 말이지만, 그런 일을 겪은 후라면 좀 더 마음을 편하게 먹어보는 건 어떨까? 네가 좌절하고 혼자 멈춰 있다고 해서 세상은 너를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혼자서 계속 울기만 하면 너를 빼고 모든 것이 바뀌어 있을 테니까, 차라리 마음을 좀 더 편하게 먹고 몸에 힘을 쭉 빼고 깊은 심호흡을 한 뒤 다시 천천히 움직여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오히려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 순간 그 모든 시간과 스스로가 참 안타깝게 여겨지고, 차라리 푹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면 바꿀 기회는 오지 않고 면접장을 빠져나오면 했던 말을 번복하지 못하듯이, 내 손을 떠나면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다만 그 순간들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이 성공으로 돌아오든 실패로 돌아오든 적어도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 건 아니지. 때때로 일들이 잘 풀리지 않은 순간이 왔을 때, 편히 쉬길 바라. 아무것도 ‘못’하는 게 아닌, 아무것도 ‘안’하고 나를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기에.
  너에게도 나에게도 앞에는 희노애락이 가득한 길이 있겠지. 언젠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웃으면서 얼마나 즐거웠고 힘들었는지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시간을 기다리며 편지는 이만 줄일게.
  실패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안녕.

이승철 (천문우주과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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