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정치로부터의 탈피는 가능한가

  신지예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자리를 내려놓았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와 대선 전환 추진위원회 대변인을 사퇴하고 국민의힘에 합류한 지 2주 만이다. 필자는 신지예 전 수석부위원장이 무소속에서 국민의힘으로 입당한 것에 대한 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미처 마무리 짓기 전에 새시대준비위원회에서 사퇴한 것이다. 하루 만에도 제1 야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이 사퇴와 사퇴 아님을 번복하는 정국이니 신 전 부위원장의 결정은 ‘고심한 편’에 속한다고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신지예 전 부위원장은 여성 청년 정치인 중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페미니스트 대표성을 가지는 인물이다. 50대인 필자의 어머니조차 신지예 전 부위원장의 국민의힘 입당 소식에 깜짝 놀라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전화가 왔으니 말이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던 당시 웃지 않는 표정에 안경을 낀 선거 공보물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끈 바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정당 정치의 판을 갈겠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신 전 부위원장이 대변인으로 활동한 대선 전환 추진위원회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여성 혐오적 공약을 내세우는 거대 양당의 대선 주자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포퓰리즘성 정치의 프레임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정치적 스탠스가 다른 소수 정당 인사들이 모여 ‘아무리 부정해도 자리를 지키는’ 여야 대선 후보들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해 왔다. 이는 신지예 전 부위원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가치와 신념에도 부합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신지예 전 부위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만큼이나 지지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일 수밖에 없었다.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당신의 자리’를 만들겠다던 정치인이 ‘그들의 자리’를 위시하는 정치인의 틈바구니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하거나 대선 전환 추진 위원회를 통해 ‘아무리 깨끗해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정치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고통스러웠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통감한다.
  이것은 신지예 전 부위원장만의 문제일까? 소수를 위한 정치, 약자를 위한 정치는 돈이 부족하고, 인력이 부족하고, 관심이 부족하다. 노동자의 삶을 위한 정책을 내는 이들은 노동자의 지지를 받고 기업인을 위한 공약을 내는 후보는 기업인의 지지를 받는다. 이런 식으로 발생하는 자본과 여력의 차이는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지 못하게 만든다. 모두 똑같이 한 표를 가진다는 보통 선거의 원칙은 공허하다. 다수결의 원칙은 치명적인 허점에도 이의 없이 돌아간다. 소수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조차 거대 정당의 소식과 뉴스를 더 자주 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언론과 정치의 구조적 불평등은 구태 관습을 단단하게 유지한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안티 페미니즘과 기득권, 지배계층의 대변인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다. 여성이며 여성의 권리를 위해 운동했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되기 어려운 길이었다는 것은 국민의힘 입당과 동시에 예견된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신 전 부위원장의 가치관과 지지층과 성공에의 야망은 동시에 무너졌다. 그러나 그의 사퇴를 보며 “저럴 줄 알았다”며 혓바닥만 차도 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시민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체제이다. 체제의 불균형에 눈 감은 채 한 명을 단죄하기에는 기성 정치를 전복하지 않는 우리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공연화 (여성젠더학과 석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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