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랑은 모두 한 끗 차이

  기적이 한 번쯤은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C군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야.”
  <어린왕자>에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대사 중 하나지. 아마 너도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나는 이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가 기적이야”라고.
  사랑은 누군가에겐 행복이자 아픔이고, 기쁨이자 슬픔이겠지. 그건 너에게도, 나에게도 마찬가지고. 벌써 2년 가까이 연애를 안 하는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것도 참 재밌는 상황이긴 하지만.
  나는 옛날부터 연애를 꼭 해보라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에 하고 다녔지. 물론 거기에는 내가 연애를 하면서 느꼈던 설렘, 안정감, 슬픔, 좌절 등 다양한 감정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이유도 굉장히 크지만, 사람에 대한 경험을 가장 쉽고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해서야. 우리는 굉장히 비슷하더라도 반드시 다른 부분들이 존재하고 그러기에 서로 이해와 배려를 하지 못할 때도 생기지. 그건 연애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적용이 되지. 누군가와 서로 마주 보며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게 그 외의 경우에서는 잘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해. 항상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나도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면 떡볶이를 끼니로 먹는 걸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머리끈같이 사소한 것들을 챙겨주는 것도,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해주는 것 같은 경험도 쉽사리 해 보지 못했겠지. 대신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기에 이 세상에는 이별과 그로 인한 좌절과 슬픔 같은 것들이 생겨났다고 생각해. 이것들 또한 너의 삶에서 너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것들이 되겠지.
  그러기에 이제는 더 이상 떠나간 사람에 취해 비틀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에게 남아있는 미련을 너만의 방법으로 훌훌 털어냈으면 좋겠다. 나는 최근에 한 통의 편지를 보내봤어.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고 좋아했던 사람에게. 어느 순간 나 스스로가 그 감정에 갇혀있다는 것을 깨달아서 보낸 거였지. 여자친구가 아닌 누군가에게 그런 행동을 했던 건 정말 처음이었고 쉽지 않은 일이었지. 지금은 오히려 후련해. 옛날부터 내 신념 중 하나지만,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에. 어차피 안 될 걸 알면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너도 지금 너의 마음과 생각이 계속 고여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한 번쯤 너의 방법으로 마음을 보내 보는 건 어떨까? 물론 그 방법이 그 사람에게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선에서 잘 배려해야겠지만. 당장은 어렵겠지만, 너 스스로 그런 계기를 만들어 보는 게 지금처럼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너 자신도 사랑했으면 좋겠다.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매일 마주 보고 마주할 기회가 있는 너 자신마저 사랑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사랑해주는 것은 더 어렵지 않을까? 20년이 넘도록 함께 해온 나 스스로도 이해하고 사랑해주지 못하는데, 그것보다 더 짧게 알고 지내온 사람을 사랑해 주는 건 더 어려울 거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시 빛났으면 좋겠다. 다른 이들에게 따스함을 전해줄 수 있도록.
너의 기적이 반드시 어디엔가는 닿기를 바라며, 이번 편지는 이만 줄일게.
너의 앞날에 항상 사랑이 가득하길, 안녕.

 

이승철 (천문우주과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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