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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경험 위해 필수지만, 불안∙불공정 드러낸 현장실습
송수경 기자 | 승인 2021.09.06 11:22|(1170호)
2020 대학생 현장실습 현황 실습비 미지급률과 보험 미가입률이 높다. 인포/ 송수경 기자

  직업계고 학생과 대학생은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 현장실습을 나간다.「직업교육훈련촉진법」제2조에 따르면 현장실습이란, 향후 진로와 관련해 취업 및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 및 태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직업 현장에서 실시하는 교육이다.
  현장실습은 학생을 위해 실시하는 제도지만, 사건·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7년 1월 전주지역 통신사 콜센터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이하 실습생) 홍수연(19)이 업무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었고, 11월에는 제주 지역 생수 공장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실습생 이민호(18)가 적재 프레스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이 사건들은 열악한 실습 환경을 면밀히 보여준다. 
  대학가의 현장실습 현장은 어떨까? 대학 현장실습은 대학이 학생을 기업체나 공공 기관으로 파견해 실습 기회와 함께 학점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교육을 명분으로 실습비를 지급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해 주지 않는 등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2021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된다. 인포/ 송수경 기자

  대학생 현장실습


  충대신문이 대학 정보 포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0년 4년제 및 전문대 학생 현장실습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250개 4년제 대학 중 166개 대학(66.4%)이 현장실습을 진행했다. 전문대학(이하 전문대)의 경우, 170개 전문대 중 142개 대학(83%)이 현장실습을 진행했다.


  열정페이
  대다수 학교에서 현장실습을 시행하고 있지만, 열정페이 및 저임금 논란은 지속됐다. 동일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장실습에 참여한 총 8만 8,404명의 학생 중 3만 5,574명이 현장 실습비(이하 실습비)를 받지 못했다. 이는 현장 실습에 참여한 전체 학생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전문대 학생의 실습비 미수령률은 52%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대학 현장실습 프로그램으로 실시하는 인턴십의 실습비는 업체와 대학이 협의해 결정하기 때문에 기업마다 임금이 다르다. 또한, 일부 실습 기업은 실습생에게 ‘수련생’, ‘ 교육생’ 신분을 부여해 최저시급에도 준하지 않는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기존 법령에 따르면 실습비 지급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교육부의 ‘대학생 현장실습 매뉴얼’에 따르면 수업의 요건을 갖추지 않는 현장실습인 ‘실질적 근로’에 해당할 경우, 「최저임금법」 및「근로기준법」에 따라 실습생에게 실습비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수업의 요건을 갖춘 현장실습은 대학 수업으로 간주해 참여하는 학생을 실습생 신분으로 간주한다. 때문에 회사가 지정한 실습지원비가 최저시급에 미달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특성화고 실습실 사고 현황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인포그래픽/ 송수경 기자


  안전 보장 없는 제도  
  실습생은 ‘근로자’가 아닌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4대 보험에 미가입된 상태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3호에 따르면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순수 현장 실습생은 4대 보험 가입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2020년 상해 및 산재 보험 가입 학생 수는 4년제 대학 61%, 전문대 국내 대학 중 총 52%가 현장실습 중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산재와 상해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힘들다는 의미다.


  현실의 벽
  실습비 미지급, 보험 미가입뿐 아니라 실습생을 배려하지 않는 기업의 태도 또한 문제다. 충북의 한 공기업으로 하계방학 현장실습을 나갔던 A 학우는 “현장실습 기간 지속적인 직무 체험 기회가 부족했다”며 “현장실습이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정확한 업무를 익히지 못해 아쉬웠다”고 밝혔다. 또한, 양형순(기계공학·4) 학우는 “여름방학에 백마인턴십에 지원해 추가 합격했지만, 인턴 나가기 일주일 전에 회사 재정 문제로 갑자기 인턴을 못 뽑게 됐다는 연락을 받아 무산됐다”며 적절한 보상과 안내가 없는 등 실습생을 향한 배려 없는 기업의 태도를 지적했다.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 

  실습생이 실습 기간 실질적인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적정 수준의 보수가 지급돼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8월 7일,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을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으로 전면 개정했다.
  개정된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의 가장 큰 변화는 한 가지였던 현장실습 유형을 두 가지로 구분한 것이다. 학생들은 직무가 부여되는 ‘표준형’과 실습 중심의 ‘자율형’현장실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표준형은 아침에 출근해 오후까지 일하며 실제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표준형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은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실습지원비로 받을 수 있다. 자율형은 관찰·체험만 하는 것으로 유급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실습의 업무가 기업에 이익을 주지 않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제한적으로 무급 운영이 가능하다.
  한편 이전에는 실습생을 일반 근로자와 달리 대했지만, 개선안에 따라 대학은 기관 협의하에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실습생의 안전망도 강화돼 실습 기관은 산재보험을, 대학은 상해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협의를 통해 실습 학생들에게 산재보험 가입 자격을 부여했다”며 “산업 현장에서 최약자일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 대한 안전망을 이중으로 강화하는 조항”이라 밝혔다. 또한, 실습 기관에서 직무 외 업무 지시·강요, 안전·위생 등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 성희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학은 실습 기관에 시정 요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운영규정이 오히려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장실습은 대학생이 재학 중에 직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대학이 장학금이나 정부지원금으로 실습 기관에 인건비를 보조하면서 현장실습을 진행해 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습생 관리에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교가 장학금 형태로 지급해 오던 대학생 인턴 급여를 기업이 직접 부담할 경우 기업은 아르바이트생 채용과 같은 직접 고용을 택할 수 있다.
  우리 학교 인재개발원은 “대학 입장에서는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기업과 연결해 주고 싶지만, 이번 운영규정으로 기업의 참여율이 저조해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운영규정은 7월부터 시행되지만 이미 현장에 투입된 여름방학 실습생들은 운영규정을 적용받기 어렵다”며 “이미 진행되고 있는 올해 사업에는 운영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현장실습 관련 문제점들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에도 발생한다. 직업계고는 인문계 학급과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학급을 함께 운영하는 종합고등학교, 마이스터고등학교, 특성화고등학교(이하 특성화고)로 나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에 따르면 마이스터고는 유망분야의 특화된 산업 수요와 연계해 예비 마이스터를 양성하는 특수 목적고이다. 동일 법령 제91조에 따르면 특성화고는 공업, 상업, 농업, 요리, 애니메이션 등의 특성화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현장실습의 현주소
  ‘2015~2018년 특성화고 시·도 유형별 실습실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특성화고 실습실에서 발생한 사고는 1,284건이다. 2015년 275건에서 2018년 376건으로, 4년 새 36.7% 증가했다. 현장실습 제도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며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 길을 넓혀주는 프로그램이지만 실습실 사고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실습생의 사망사고 이후 현장실습 제도는 여러 차례 변화했지만, 여전히 조기 취업 형태의 산업체 파견형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강문식 사무국장은 “전공과 실습의 일치 여부, 취업과 연계된 파견형 실습을 중심으로 조정이 이뤄졌지만, 전공 연관성 없이 저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관행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장실습은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에 규정돼 일반적인 직업교육훈련과 특성이 구분되지 않는다. 현장실습을 교육 관련 법령 안에서 규제해 전문교과와 연결해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현장실습,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지난 2015년 교육부는 현장실습의 해결책으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제시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란, 학생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주요 직무 분야 중심으로 기초이론을 배우고 현장실무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도제 반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1학년에 프로그램 소개와 기업체험을 거쳐 2학기에 기업과 학습 근로계약(기업 채용)을 체결하고, 2학년부터 3학년까지 재학하는 동안 학교와 현장을 오가며 학습근로자로서 도제훈련을 받는다. 교육부는 도제학교 학생들은 노동관계 법의 보호를 받는 학습근로자 신분으로서 정부가 인정한 기업에 채용 후 훈련을 받는다며 도제학교의 장점을 설명한다. 그러나 도제학교는 기간이 연장된 또 다른 이름의 현장실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제학교는 「산업 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다. 그러나 해당 법률안은 교육을 받으며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법률안은 학습 근로시간 및 휴식에 관한 규정과 차별적 처우 금지에 관한 규정만을 포함하며 나머지는 근로기준법을 따라야 한다. 도제학교를 경험한 김충환(충북공업고등학교, 3) 씨는 “실습 기업에 휴게 공간이 없고 위생 상태가 좋지 않으며 온풍기 외의 난방기구가 설치돼 있지 않다”며 열악한 현장 실태를 지적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직업인으로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실습에 나가지만 법으로부터 보호받기 어렵다.

  근로자로서의 현장 실습생

  교육부는 학생들의 잇따르는 희생에 ‘실습 중단’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의 폐지와 제정만이 답이 될 순 없다.  2018년, 정부는 특성화고등학교의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취업률 감소 문제와 학교가 학생들의 취업을 보장해 주지 못한 채 졸업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폐지 1년 만에 현장실습 제도는 다시 제정됐다. 일각에서는, 학교 평가나 재정지원 등과 연계돼 있는 현장실습의 평가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017년 공고된 산학협력 선도대학 (LINC+) 육성사업은 ‘현장실습 이수 학생 비율’ 평가지표에 상당한 배점(100점 중 15점)을 주고 있다. 국감 당시 현장실습 문제를 지적했던 박경미 전 국회의원은 “제대로 된 현장실습이 되기 위해 현장 실습생 수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강요하는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실습의 제도적 개선뿐 아니라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호법」 등 관련 법에 대한 학교의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실습 기회가 줄어 현장실습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실습비를 주지 않아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공항에서 5주간 현장실습을 진행한 항공운항과 B 학우는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 관련 실습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실습 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실습비 이상의 경험과 배움을 얻어 실습비 미지급에 불만은 없다”고 답했다. 치과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한 치위생과 C 학우 역시 “학교와 병원이 위험한 기구가 있을 땐 가까이 가지 않도록 지도했기 때문에 상해보험에 대한 필요성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3자 협약인 현장실습

  실습 기회가 절실한 학생들은 현장  경험을 기르기 위해 불공정한 조건에도 현장실습에 참여한다. 심지어는 불공정함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기계절제 백마인턴십에 참여한 신은수(언론정보학·4) 학우는 “실습생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4대 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충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알았다”며 “그동안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는 대학이 현장실습을 앞둔 학생들에게 충분한 사전 교육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학은 실습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학생 또한,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고 불공정함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부당함을 인지해도 학점, 실습 기회  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까봐 기업에 항의하기 어렵다. 학생들에게 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은 꿈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의 절실함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 현장실습은 학생, 기업, 대학 3자 협약으로 이뤄진다. 대학은 값싼 노동력을 찾는 기업으로부터 학생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며 기업은 실습생을 기업을 위해 근무하는 근로자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대우를 해야 한다.
 

 

송수경 기자  cathy011022@o.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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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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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영 2021-09-08 11:49:05

    현장실습에 모르는 점이 많았네요! 유익한 기사에요!!   삭제

    • 수여니 2021-09-08 11:48:47

      열정페이라니 ,,, 전국의 실습생 여러분 ! 모두 힘내세요 ! 저 홍수연이 여러분을 응원할게요 !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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