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문민시대의 문화정책 : ①예술게에 불어닥친 공안한파

 96년 10월 4일,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윤)에 의한 영화의 상영전 심의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행정기관(공윤)이 출판물의 발표이전에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해 발표를 사전에 금지시켜온 그동안의 형태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헌법 제 21조를 위배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인 인간의 기본권에 충실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문화계에서는 말할것도 없이 각계각층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문민정부의 작품 중 최대 걸작이라는 편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새로운 법률안을 마련하여 좀 더 다각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사실이 올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 우리의 기본권 찾기 운동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공윤이 사라지고 음란 폭력물에 대한 사회적 교육적 제어 장치의 필요가 대두되면서 민간기구인 공연예술진흥협의회(이하 공진협)가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발족되었다. 그러나 공진협은 이전의 공윤과 별 차이점이 없고 다만 사전심의가 등급심의로 이름만이 바뀌었을 뿐이다. 등급은 네 등급으로 모든 관람객이 관람할 수 있는 등급, 12세 미만인 자는 관람할 수 없는 등급, 15세 미만인 자는 관람할 수 없는 등급, 18세 미만인 자는 간람할 수 없는 등급으로 나뉜다. 그러나 몇 달전 장선호 감독의 ‘나쁜 영화’가 등급의 규정을 받으면서 이름만 다른 사전심의 즉, 검열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등급외 상영관 건설은 금지 해놓은 상태에서 등급외로 규정한다는 것은 상영을 불허한다는 것이며 위헌이다. 또 등급을 받기위해선 공진협이 제시하는 삭제나 수정을 해야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엄연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다. 또 한 예로 구성주 감독의 ‘누가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에서 대통령을 들먹였다하여 삭제하지 않으면 등급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사실상 등급판결이라는 것이 자진삭제를 요구하는 무기라는 것이 자진삭제를 요구하는 무기로 둔갑했음을 알 수가 있다.
 또다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제 수단으로는 청소년 보호법(이하 청보법)을 들 수가 있다. 안방 텔레비젼에서 일요일이면 나오는 ‘이경규가 간다’프로그램의 파급효과로 청보법은 온 국민의 긍정적 파장을 일으켰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의도를 알아야한다. 청소년은 유해환경에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정 5달여간의 청보법 적용사례를 보면 청보법이 합법적 사전심의의 장 마련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실례로 이현세씨의 ‘천국의 신화’를 들 수 있다. 100편의 대작중 10권도 채 못 나온 현재, 이 만화책을 청소년에게 유해하다하여 청보법위반으로 이현세씨가 불구속입건되었다. 이것은 사전 심의가 사후심의화 되면서 100편중 5편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 이 책을 규제하기 위해 청보법을 끌어다 붙인 거이다. 또한 퀴어영화제, 인권영화제등 여러 영화제에 대해 사전심의를 거부했다 하여 관련자들을 연행하고 행사를 중단케 하는 일도 저질렀다.
 이외에 인간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정보통신기구 PC에도 나타난다. 북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고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었고 의견 개진의 토론방에도 검찰은 손을 뻗치고 있다. 등록자 신분보장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은 정부비판 글이나, 대선후보의 비난의글 발신자를 추적해 들어와 실정법 위반이라고 법적규제를 가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는 민주주의라는 허명만 난무하고 민주주의가 표방하는 표현의 자유는 없다.
 이러한 정책은 문화계에 있어 창작물의 소재빈궁과 창작의지의 위축을 가져오고 대중에겐 볼 자유를 박탈하는 일이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젖먹이 아기로 머물기를 바라고 있다. 선별된 먹이만을 물려주고 꼼짝못하게 한다. 하지만 싫은 것은 거부하고 소화되지 않는 것은 뱉어낼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도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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