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10.14 수 09:42
상단여백
HOME 충대신문 여론
지움지음
충대신문 | 승인 2020.10.13 11:50|(1163호)

                   밤의 섬

                                                                                  

밤이 허물어져, 화려히 질고 짙은
허술한 밤이
나는 죽어 누워있어요 땅이 나에게 꽃노래를 불러준다네 가장 쇠의 성질을 지닌 꽃노래
기다랗고 하이얀 손가락을 뻗어 노래의 음표에 손이 베였을 때
살들은 부서지고

새파란 날선 시간이 무거워
땅으로 갔다네
저 부드러운 흙만이 내 마음을 알아
사나운 표정을 접어두고 어두운 섬으로 걸어가는 나

꽃이 피던 날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났어
어제의 너는 어디에 있어?
섬으로 가는 배표를 잃어버린 마음이 바닷물처럼 넘쳐서
유괴당한 꿈으로 머리를 땋고 있었지
나의 울음은 깜깜한 거울처럼
보이지 않아
내 일부가 묻힌 섬에서
하루를 빌려가네
멸종이라는 작품 앞에 오랫동안 서있었어
한 사람의 죽음도 멸종이었을까
나에게 제사를 지내는 밤의 흙구덩이
느리게 향을 피우는 몸의 주인을 보았었지
배표를 찾아 섬으로 가보아도 낙원이 아니었던

내가 나에게서 멀어지던 밤, 허물어지던 나
고대 시대에 죽어도 너는 내 눈동자를 알아볼까 
어느 아침에 태어나도 너는 나일까
어둠이 채워지고 구름은 비를 내린다
잔인한 중력의 행성 같은 나의 둥근 굴레
청춘은 죽음의 찬란한 뒷면 같고
어느 밤에 태어나도 너는 사람일까,

누군가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시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작품은 제 창작시입니다. 이 시에 등장하는 ‘밤의 섬’은 젊은 세대가 가진 우울하고도 낯선 마음의 세계와, 지독히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삶이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을 잃지 않고 싶어 하는 이상한 마음 세계를 표현했습니다. 이 시에 등장하는 ‘나’에게 끝까지 응원을 보내며, 그런 마음이 가끔씩 혹은 자주 드는, 또는 들지 않는 여러분께도 응원을 보냅니다.

박시현(국어국문학·2)
@garnetstar___
 

 

충대신문  news@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305-764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학로 99  |  대표전화 : 042)821-6141  |  팩스 : 042)821-72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금영
사장 : 이진숙  |  편집인, 주간 : 이금영  |  충대신문편집국장 : 김동환  |  충대포스트편집국장 : 이해람  |  충대방송편성국장 : 성민주
Copyright © 2011-2020 충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