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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독서프랜시스 베이컨 저, 『숨겨진 그리스 로마 신화』
충대신문 | 승인 2020.09.23 10:55|(1162호)
프랜시스 베이컨 저, 『숨겨진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익숙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듣던 신화는 오늘날에도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 속에서 재생산되고 있다. 신이나 위대한 영웅에 대해 말하는 신화는 허구이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진실을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신화는 허구 속에서는 용인될 수 있는 인간 욕망의 극단을 형상화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지혜나 교훈을 전달한다. 오늘날에도 우리 곁에 신화가 살아 숨 쉬는 이유는 신화에 담긴 교훈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화가 옛날부터 현재까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아가야 한다. 신화 이면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내는 배움의 과정이 낯설고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신화에서 어떤 배움을 의도하기보다는 그 자체가 유발하는 재미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신화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면, 신화가 주는 흥미와 더불어 그 안에 담긴 삶의 지혜를 따라 읽는 것 역시 중요하다.  
  『숨겨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리스·로마 신화에 숨겨진 교훈을 읽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책의 저자이자 근대 경험론의 선구자인 프란시스 베이컨(1561~1626)이 그리스·로마 신화를 해설한다는 사실은 이 책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베이컨은 31개의 신화를 다루며 통치술, 처세술, 전쟁, 인간 본성 등의 다양한 주제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숨겨진 그리스 로마 신화』는 독자들에게 익숙한 신화를 통해 그의 철학적 관심사를 설명한 해설서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베이컨의 철학이나 그리스·로마 신화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쉽게 따라 읽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왜냐하면 각 장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개괄, 인명의 어원, 신화의 숨겨진 의미, 신화의 현재적 교훈까지 쉽게 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숨겨진 그리스 로마 신화』중 ‘열정에 관하여’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장에서 다루는 것은 디오니소스 신화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광채에 타 죽은 어머니 뱃속에서 꺼내져 제우스의 다리에서 달을 채우고 태어난 신이다. ‘디오니소스’라는 이름은 그의 탄생 일화를 상징하듯이 ‘두 번 태어난 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이자 광란의 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베이컨은 디오니소스를 통해 신화의 도덕적 교훈을 읽어내고자 한다. 그는 디오니소스를 열정, 욕망 또는 애착을 표상하는 인물로 바라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디오니소스의 탄생신화가 잠재한 욕망이 언제든지 불쑥 튀어나올 수 있음을 뜻한다고 본다. 또한 디오니소스를 상징하는 포도주는 열정을 불태우는 기름과 같은 존재로, 아이비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기운을 뻗치며 이성을 뒤엉키게 하는 열망이라고 해석한다. 베이컨이 이 장 끝에서 주목하는 것은 디오니소스를 탐닉하다 광기에 빠진 뮤즈들이다. 정열은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긍정적인 힘이기도 하나 그 정도가 심하면 자기 자신을 광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이기도 하다. 이것이 베이컨이 디오니소스 신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교훈이다.
  베이컨의 신화적인 해석은 절대적인 진리이자 유일한 해석이 아니다. 숨겨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화를 우리의 삶과 연결 짓는 해석의 한 방식이자 그러한 독서의 방법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베이컨의 해석에 공감할 수도 있고 그와 다른 신화의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다.『숨겨진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우리 삶 속에 스며든 신화와 교감하며 동시에그 안에 담겨진 인간의 진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의 진실을 발견하는 기회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하은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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