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나스 저,   『시간과 타자』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타자’에 대한 윤리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세대, 성, 소수자, 환경 등의 문제는 오랫동안 이성의 논리 아래에 억압받고 배제되던 대상들이다. 시간에 쫓기는 우리의 현실은 이러한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더욱 심화한다. 이로 인해 우리의 삶 속에서는 사회적 배려가 실종되어간다. 우리는 다양한 타자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수많은 타자들과 함께 어떻게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서구에서는 2차 세계 대전이 야기한 수많은 폭력들을 직접 목격하며 이 문제에 대해 먼저 반성하고 고민했다. 레비나스는 이러한 주체와 타자,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평화의 철학’을 제시한 철학자이다.
  레비나스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 포로로 수용되기도 하고 무수한 유태인의 죽음을 경험한 유태계 철학자이다. 이러한 폭력을 겪으며 레비나스는 타자에 대한 책임과 연대를 강조하는 철학을 펼쳐 나간다. 이러한 레비나스의 철학은 오늘의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철학적 사유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의 현장에는 어린이, 노인, 외국인, 여성 등 다양한 타자들이 존재한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은 타자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미래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현재의 우리는 타자에 대한 책임으로 연대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타자』는 크게 ‘레비나스의 서문’, ‘시간과 타자’, ‘옮긴이의 해설’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핵심부인 ‘시간과 타자’는 레비나스가 1946~1947년 사이에 철학학교에서 했던 강의이다. 이 강의는 ‘시간’과 ‘타자’의 관계를 통해 환원불가능한 개인의 인격적 가치와 타자에 대한 책임을 말한다. 강의의 핵심을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자.
  레비나스는 데카르트의 코키토 이후 인간은 자연과 분리되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고 본다.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자유의 대가로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자유를 누리게 된다. 레비나스는 근대적 주체가 느끼는 고독이 자기 자신이 주인 됨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또한 그는 자기로부터 시작하여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주체의 동일성을 현재로 본다. 능동적이고 만능에 가까운 주체는 죽음과 같은 사건 앞에서 자신의 무력감을 체험하게 된다. 죽음은 주체의 지배력을 무화시키는 낯선 대상이자 동일화할 수 없는 차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불가능함을 느끼도록 하는 죽음은 미래이자 타자이다. 여기서 주체와 타자, 혹은 현재와 미래는 접합되지 않은 점들로 존재한다. 『시간과 타자』는 이 이질적인 두 요소가 어떻게 결합해야 시간을 이룰 수 있을지 고뇌한 사유의 산물이다. 레비나스는 포섭하지 않은 채 상호의 만남을 이뤄야 하는 난제를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face à face)’ 관계로 풀어간다.
  『시간과 타자』는 ‘시간’과 ‘타자’를 통해 존재론적 차원을 논의하기에 쉬운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역자의 해설은 독자들이 레비나스의 사유의 길을 함께 걸어 나갈 수 있도록 이정표가 되어준다. 그 길을 동행하는 것은 우리가 현대사회에 어떻게 윤리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고심하는 의미 있는 산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하은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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