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살아가는 요즈음의 하루하루는 우리에게 크게는 인생의 목표를 어떻게 재정립 할 것인가를, 작게는 자신이 처한 사람의 현장에서 행동의 지침을 어떻게 재설정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사람의 근본목표의 정립이라는 문제는 평생의 과제로서 풀어나가야 할 화두이지만,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대학사회가 나아갈 지표를 재정립하고 변화에 대처할 방안을 모색하는 문제는 당면과제로서 우리의 목전에 바짝 다가와 있다. 이러한 당면과제를 목전에 두고 대학의 역할 내지 기능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는 해묵은 문제에 대하여 생각 하면서 최근의 대학사회의 새로운 풍속도로 나타나고 있는 취업휴학의 보편화 현상이 시사하는 뜻을 헤아려 보게 된다.
 수년전부터 해외연수를 가거나 각종 자격시험 준비하기 위한 취업휴학이 일반적인 휴학유형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추세는, 대학 재학이 취업 준비에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학생들에게 대학에 입학하는 목적을 하나만 얘기하라고 하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대학졸업을 하여 취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일진대, 대학 재학이 취업 준비에 장애가 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은 능력개발과는 무관하고 다만 인력의 수요자에게 대학졸업사실을 증명하여 줌으로써 능력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신호발송의 역할만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면 대학교육은 엄청난 사회적 지원 낭비의 원천이 아닐 수 없다.
 취업휴학이 불필요하도록 대학을 철저한 직업교육기관으로 개혁하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 혼란에 빠진다.
 요즈음은 정보화의 바람과 무엇이든 가시적인 효과를 너도 나도 강조하는 시대이다. 정보화의 정도를 높이고 뭔가 많은 것을 했다는 증거를 보이는 것 자체가 성과로 치부된 상황에서 수단과 목적을 구분하고 또한 양자를 결부하려는 태도는 오늘날과 같은 전문화시대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그러나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 발 물러서서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대학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해 나가야 할지를 바르게 판단하는 데에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 영 식
(경제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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