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문학에 대한 반론

 ‘문학의 위기’란 명제의 범람속에, 종이라는 활자매체의 둔화와 컴퓨터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속에 ‘사이버 문학’은 등장했다. 기존의 ‘일방향’의 활자매체를 통한 방식을 탈피하고 이른바 ‘쌍방향’의 매체를 이용한 것이다. 단순히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컴퓨터를 이용한다는 점과 PC통신을 이용한다고해서 사이버문학이라고 하지 않는다. 새로운 형식과 실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사이버문학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형식과 문학환경의 변화에 따라 문학도 새로운 형식과 실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반대로 우려섞인 비판도 상당하다.
 그 몇가지를 들자면 이렇다. 첫째 PC통신 이라는 환경이 문학을 공동창작이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한 명의 작가가 쓰던 것을 여러명이 쓰다보니 독자성이 현저해진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 또한 이것은 기존의 작가의 권위를 하락시키고 작가에 대한 신비감을 줄어들게 한다. 게다가 시, 소설 등 기존의 영역을 불분명하게 하는 점도 있다.
 둘째 문학작품의 평가가 그 문학의 조회횟수로 정해질 수가 있다. 이는 저급한 대중문화의 확산 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물론 지금의 대중문화의 위상이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저질의 문화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셋째 PC통신이 갖고 있는 익명성으로 언어폭력과 저질의 문학이 난문할 수 있다. 기존 문학에서의 필명이나 가명은 그 나름대로 작가의 인격을 수반하고 있지만 PC통신의 익명성은 그러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존중 · 비논리 · 강변 · 억지 등의 언어 폭력의 방치와 저질의 문학이 난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넷째 기존 문학은 신춘문예 등을 통한 등단의 절차를 걸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 문학의 환경에서 등단이란 절차는 필요없다.
 등단이란 것이 원래 문단에 있는 소설가, 편집인, 비평가들의 입맛에 맞아야 했기 때문에 극히 보수적인 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이버문학은 이런 점에 있어서 그들의 ‘끼리끼리’의 문학에 대한 비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사이버문학이 기존 문단 혹은 문학의 거부감으로 시도되더라도 사이버 문학자체가 그들이 비판하는 점인 ‘끼리끼리’문학이 될 소지도 있다.
 다섯째 지금의 사이버 문학은 SF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그 가능성의 한계를 보여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사이버문학은 그 가능성만큼이나 부정적인 요소를 많이 내재하고 있다. 사이버문학은 이제 도래하는 정보화시대의 일부 ‘네티즌’의 문학으로만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사이버 문학은 정말 전위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문학형태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요소들로 21세기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지금 실패한 실험으로 문학지형도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김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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