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전국 농민 대회를 통해 본 통합의료보험

 지난 18일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농축산물 가격보장과 농가부채 해결을 위한 97전국농민대회’ 가 농민 5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에서 열렸다.
 농민들의 대화속에는 ‘빚’얘기와 ‘살기 힘들다’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5년전 이맘 때쯤 농민들은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쌀만은 지키겠다’,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던 김영삼 후보의 약속에 기대를 걸고 그를 뽑았을 것이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농민들은 김영삼 정권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날 97전국농민대회 ▲농축산물 가격보장을 쟁취하자 ▲농가부채를 해결하자▲ 98년 추곡 약정수매가의 동결방침 철회하라 ▲의료보험 완전 통합하라 ▲WTO이행특별법 시행령을 즉각 제정하라 ▲여성농민의 권익을 실현하자 라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지금 농민들은 빚을 져서 농사를 짓고, 그렇게 번 돈으로 빚의 이자를 갚아나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농축산물 가격은 폭락하고 이제는 이자와 원금을 갚아낼 능력이 사라졌다. 열심히 일을 해도 밎은 늘어만 가니 삶의 희망조차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의료보험제도의 문제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는 직장의료보험, 공무원 의료보험, 지역의료보험(도시자영업자, 농민) 등 크게 3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직장 · 공무원 의료보험은 근로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반면, 지역의료보험은 토지, 가옥, 자동차, 가축 등을 포함한 재산수준, 소득수준, 부담능력이 없는 세대별 · 개인별로 정해진 액수를 포함하여 보험료를 부과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농민들로 구성되어 있는 지역의료보험조합은 농촌지역의 인구 감소와 노령화, 경제의 취약성 등으로 이 제도가 실시될 때부터 재정적자에 허덕여 왔다. 이런 지역의보험조합의 재정적자는 매년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여, 농민들은 소득과 재산수준이 낮아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도시민들보다 2배 이상의 보험료를 부담해오고 있다. 더군다나 농민들은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데도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개인부담이 커 병원에도 마음놓고 드나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농민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분리되고 복잡한 의료보험 방식 때문이다. 지금 체계는 노동자는 노동자끼리, 공무원은 공무원끼리, 농어민은 농어민끼리 따로 조합을 운영함에 따라 도시의 고소득자가 낸 돈이 농촌의 저소득 농민에게 흘러갈 수 있는 길이 제도적으로 막혀있다. 따라서 의료보험조합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전체적으로 보면 돈이 남아도는 데도 제대로 쓸 수가 없어 대다수 국민들과 특히 농민들은 피해를 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 의료보험조합이 수백개로 분리 운영되다 보니 관리 운영비가 과도하게 지출되어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정부는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예산문제를 이유로 의료 등 국가복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의료보험제도 통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전국적 범위에 걸쳐 보험재정을 통합관리하게 됨으로 조합간의 재정격차가 원칙적으로 사라지게 되고, 관리운영이 통합되어 불필요한 재정이 절감되게 된다. 또한 현재 평균 본인부담율은 보험료를 올리지 않더라도 본인 부담율이 내릴 수 있게 된다.
 통합의료보험을 대다수의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다만 정부, 의료보험연합회의 간부, 지역조합의 대표이사들만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통합의료보험을 반대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전국농민대회를 통해 농민들은 한줄기 희망으로 다음 정권에게 다시 한번 기대를 걸고자 한다.
 
 오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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