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표방하고 다양한 문화교류를 하겠다며 들어선 문민정부답게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는 다양한 외래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표방한 ‘문화 교류’는 외국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이 밀려드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제는 우리의 사상과 문화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초여름에 발생한 코카콜라의 국내 버틀러 회사에 대한 지분회수시비를 비롯해 맥도널드, 리바이스, 나이키, 스웨덴의 에릭슨, 프랑스의 알카텔도 이제는 직접 우리 나라에 뛰어들었다.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우리 나라에서 외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이 파고들자 기존의 합작 형태를 청산하고 직영화에 나선 것이다. 이들과의 합작관계에서 내팽개쳐진 우리 나라의 기업은 이제 극심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는 부도까지 난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제적 피해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제국주의적 사상이 담긴 외래 상품들은 어느덧 우리 나라의 전통적 가치관을 뿌리채 뒤흔들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대학이라는 순수의 공간은 사회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본래의 목적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외래 문화에 잠식되어 가고 있다. 구내에 있는 쓰레기통에는 말보로와 마일드 세븐의 담배 꽁초가 비교적 많은 양을 차지하고 이스트팩 가방은 너무 많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베스킨라빈스, 맥도날드 등 먹거리, 입거리의 상당 부분을 외래의 것으로 소비해 학생회가 곳곳에 부착한 ‘맛을 빼앗기면 혼을 빼앗긴다’는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 공간의 건전한 여론 조성을 목표로 하는 대학 신문에서 조차도 ‘바슈룸’, ‘크리니크’라는 뜻 모를 외국 화장품 회사 제품과 마이크로 소프트, 켈로그 같은 거대 자본 회사의 광고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광고라는 것은 시각적인 효과가 크고 사상성이 담겨있어 그들의 지배사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심어 놓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대학내 문화 상실의 위기를 각 동아리와 학생회는 해결책으로 생활문화운동, 문화공간 확보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그 주도세력인 대학이 먼저 변해야 한다. 또한 대학이 변하려면 학생 하나하나가 변해야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먹는 것이 맛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그래서 내 입맛에 맞는 코카콜라를 먹는데 그게 무슨 심각한 문제냐고.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을 때 단순히 후보자가 내건 공약만을 보는지 아니면 후보자의 자질과 인간성도 고려하는지.
 다국적 기업의 상품은 더이상 상품으로서의 의미만 지니고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지배하기 위한 공격 무기인 것이다. 달콤한 음료의 이면에 숨겨진 그들의 교활한 웃음을 깨닫자.

문 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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