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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수첩을 닫을 시간
충대신문 | 승인 2019.11.25 16:25|(1158호)
이강우 기자, 행정학과

  새해 초 학보사는 기자들에게 크고 두툼한 수첩을 지급한다. 기자들은 통상 이 수첩을 기자수첩이라고 부른다. 내게는 온갖 기록으로 빼곡한 두 개의 수첩이 있다. 기사 작성에 좋은 영감을 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나는 매 순간을 붙잡기 위해 애썼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수첩에 담아둔 몇 가지 얘깃거리를 나누고 싶다.
  10.5. 사람 머리가 아니라 빵을 원한다
  게오르크 뷔히너의 희곡 <당통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789년 프랑스혁명은 왕과 귀족을 끌어내리고 민중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혁명은 어떤 현실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공화파와 왕당파, 파리와 지방으로 갈라진 프랑스는 혼란을 거듭했다. 로베스피에르는 민중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왕에서 귀족으로, 그리고 정적에게로 칼끝을 돌린다. 반동분자로 몰린 혁명가 당통은 체포돼 혁명재판소에 선다. 당통은 죽음의 순간까지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저들은 공화국을 피로 질식시키려 하고 있소. 여러분들은 빵을 원하는데 저들은 여러분들한테 사람 머리를 던져주고 있소. 여러분들은 목이 마른데 저자들은 여러분들을 보고 단두대의 피를 빨아 먹으라 하오”
  10.25. 경계인의 삶, 가운데 서기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는 재일교포 2세인 태용의 이야기를 아들 재엽의 시선으로 돌아보는 내용이다. 김재엽 작·연출은 본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태용은 책과 일상을 사랑하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러나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 군부독재는 그에게 삶의 고뇌를 무겁게 지운다. 빨갱이로 몰려 죽은 주변인, 의문의 사고로 사망한 장준하 선생을 본 태용은 ‘가운데의 삶’을 생존전략으로 선택한다. 분단과 이념대립, 군사독재의 현실 속에서 찾은 태용의 답이었다. “딱 중간에 서는 거지. 튀지 말라는 뜻이야. 그래야 너와 네 가족을 더 잘 지킬 수 있는 거란다.”
  11.15. 원하는 사진을 위해 더 가까이
  사진 교육을 요청받고 카파의 책을 빌렸다. 로버트 카파. 그는 헝가리 출신의 사진가로 종군기자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스페인에서 찍은 ‘어느 인민전선파 병사의 죽음’과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남긴 10장의 사진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전쟁의 당사자로서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해 포토 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자기희생과 위험을 무릅쓴 기자정신을 카파이즘이라고 부른다. 그는 41세 를 일기로 베트남전쟁 취재 중 지뢰를 밟고 사망했다. 다음은 그가 남긴 말이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
  대학 생활을 비유한 말 중에 나는 젊음의 정거장이란 표현을 가장 좋아한다. 정거장은 잠시 스쳐 가는 장소일 뿐이다. 열차를 기다리며 조르주 당통과 김태용과 로버트 카파의 이야기를 수첩에 적었다. 다음 열차가 올 시간이 가까워졌기에 오늘은 이만 수첩을 닫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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