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성역(聖域)’ 정치

노유준 편집부장,  경제학과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끼친 것을 처음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지난 5월 21일, 고용노동부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 결과’를 발표했다. 임금 인상의 영향이 큰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공단 내 중소제조업, 자동차 부품제조업 등 4개 업종별 20개 안팎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실태 파악을 시행한 결과, 다수의 기업에서 노동 감소가 일어나고 있으며 근로시간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기업도 상당수였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을 실태 파악을 통해 인정하기까지 1년 5개월이 걸렸다. 이 정도면 우직한 정책이 아니라 현실 회피다.
  게다가 실태를 파악한 4개 업종은 불경기인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됐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모두 국내 경제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외쳐온 것들이다.
  그 동안 문재인 정부는 고용지표 악화가 “최저임금 인상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올해 초 고용지표가 반짝 회복세를 보이자 청와대는 “노동시장의 활기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상승했다”라며 호도하고 있다. 근로기간이 짧아 단기 일자리로 분류되는 노인 일자리 사업 등 정부 재정을 통해 단기 일자리를 대거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알면서 그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셈이다.
  생산성과 괴리된 무리한 임금 인상이 고용시장을 악화시킨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뻔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이 ‘성역’ 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권 들어 성역이 되어버린 정책이 여러 개 있다. ‘탈원전 정책’ 이나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등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의 발전보다 공약 이행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내 상황에 맞지 않는 무리한 정책 시행은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일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새로운 진용을 갖추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착수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형세인만큼 정부의 신중한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 내년도 세금 청구서는 얼마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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