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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름을 붙인 법안, 정확히 알고 계신가요?
천수민 기자 | 승인 2019.05.13 09:21|(1151호)

유형별 네이밍법안 네이밍법안의 유형은 크게 법안을 주도적으로 추친한 사람의 경우, 사건 피해자의 이름을 딴 경우, 사건 가해자의 이름을 딴 경우, 사건 관련자의 이름을 딴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픽/ 천수민 기자

법안 발의자나 사건의 가해자·피해자 등 특정 인물의 이름을 붙인 법안, 일명 ‘네이밍법안’은 복잡한 내용의 법안을 사람 이름 하나로 압축해 국회 통과율이 높고,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도가 다른 법안 보다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법안의 구체적 내용과 취지를 이름 하나로 파악하기 어렵고 여론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이렇듯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네이밍법안’이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네이밍법안이란?
  네이밍법안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2015년「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하「청탁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언론매체에 보도됐을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청탁금지법」이「김영란법」으로 불린 이유는 무엇일까.
  「청탁금지법」이 발의된 계기는 2011년 모 변호사가 내연관계인 검사의 벤츠 리스료를 대납해주고 명품 핸드백을 사줬던 사건인 일명 ‘벤츠 검사 사건’이었다. 실제 문자 메시지 기록까지 공개돼 파문이 컸지만, 당시 현행법으론 처벌이 불가능했고 대법원 또한 청탁과 사이에 대가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부정청탁 관련 법안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2012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던 내용을 기초로 2016년 9월부터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한「청탁금지법」이 시행된 것이다. 즉 길고 복잡한 법안 명칭보다 제안자의 이름을 딴 네이밍법안이 대중의 주목도와 홍보 효과가 높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발의된 네이밍법안들

① 윤창호법
  작년 말 수많은 언론매체에 보도된「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 (이하 「특가법」) 및「도로교통법」개정안을 말한다.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져 세상을 떠난 고 윤창호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발의돼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특가법」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여 사망사고를 낸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또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기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을 강화했다. 이러한 강화 방안은 작년 12월부터 시행됐다.
  6월 시행 예정인「도로교통법」개정안의 경우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 시 징역 1~3년 또는 벌금 500만~1,000만 원에서 2회 이상 적발 시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 원으로 가중처벌기준을 강화했다. 운전면허 정지·취소 기준 또한 음주운전의 면허정지 기준을 현행 혈중알코올농도 0.05%~0.10% 미만에서 0.03%~0.08% 미만으로, 면허취소 기준은 0.10%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② 김용균법
  작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 점검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하청업체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개정안, 이하「산안법」)은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업체 사업장에서 일할 때 원청업체 사업자는 사업장 전체뿐만 아니라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로서 화재·폭발 등 근로자에게 유해하거나 위험한 장소’에 안전·보건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수준을 강화했다. 또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조치를 해야 하며, 안전 및 보건 조치 위반으로 근로자 사망 시 수급인과 동일하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이후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동일한 죄를 범한 경우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나아가 법의 보호 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해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는 개정된 「산안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후속 법령을 발포했으며, 40일의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내년 1월에 시행할 예정이다. 먼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택배원, 퀵서비스기사 등 9개 직종 및 배달 앱 종사자의 보호 규정을 신설했다. 또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 도급인에게 설치·해체과정에서 사고가 잦은 타워크레인 등 기계·기구에 대한 안전 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직업병 발생 위험이 큰 유해·위험 작업의 사내도급을 금지해 도급인의 책임 강화 및 위험작업의 도급을 제한했으며, 사업주가 이를 위반하여 도급한 경우에는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어 상시 근로자 수 500명 이상의 제조업,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00위대의 건설업 대표이사의 산재예방의무를 부과하는 등 발주자, 대표이사 등의 책임을 강화한 구체적인 내용 등도 담았다.

③ 양진호 방지법
  작년 10월 공개돼 국민들의 분노를 샀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전직 직원 무차별 폭행 영상과 직원 머리 염색 강요 등의 엽기 행각 제보는「양진호 방지법」(「근로기준법」개정안)의 발의 계기가 됐다.
  「양진호 방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다면 회사 측은 즉시 사건을 조사해야 하고, 피해를 호소한 직원에겐 유급 휴가 등 적절한 보호 조치도 취해야 하며, 만약 사용자가 신고나 피해 주장을 이유로 해고 등의 불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7월 시행 예정인「양진호 방지법」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표했다. 매뉴얼은 법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분석하여 어떠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예방 활동을 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사안에 관한 사내 해결 절차를 마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과 취업규칙 작성 시 참고할 수 있는 표준안을 담았다.
  법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문제 되는 행위가 새로 규정된 세 가지 핵심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하며, 온라인상의 행위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 시행일 전까지 상시 1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을 작성해야 하고, 미반영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네이밍법안의 유형으로 사건 가해자의 이름을 딴 경우, 사건 관련자의 이름을 딴 경우.. 그래픽/ 천수민 기자

네이밍법안의 효과
 네이밍법안에 대한 시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실제 법안 명칭을 사용할 때보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서 입법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네이밍법안의 가결률은 평균 법안가결률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한 대전지방경찰청은「윤창호법」시행 이후 대전 지역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와 음주단속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법안의 내용보다는 법안의 명칭을 내세워 법안통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며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한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지적되기도 한다. 실제로「김용균법」은 사내도급만 금지되고 김용균 씨가 일했던 발전소 운영 하청 등은 여전히 도급 계약이 가능하여, 인력 및 설비 운용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하청업체의 몫이라며 현실적으로 필요한 내용은 제외됐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또한「양진호 방지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별도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사장이 가해자일 경우 이사회 등 보호조치를 요구할 곳이 없어 내용 개정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법안의 발전
  정책 아이디어나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안할 방법은 없을까. 이는 정부 부처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들을 활용해 관련 내용을 제출하면 담당 부처의 검토 및 답변을 받아 볼 수 있다.
  먼저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불합리한 행정제도에 대한 민원을 신청할 수 있고 정책 개선안 및 새로운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법제처는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민참여 입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부처 및 지자체의 입법 예고를 한 곳에서 볼 수 있으며, 차별·불편법령을 신고하거나 입법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특히 6월 30일까지 진행되는 ‘2019 국민 아이디어 공모제’에 참여하면 개선이 필요한 법령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우수작으로 선정되면 참가 할 수 있고, 후에 이에 대한 시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특정 사건이 발생한 이후 발의됐다는 한계점을 보였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평소에 어떤 법안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천수민 기자  sumaimai@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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