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묻는 질문, 대학의 이념은 무엇인가?

대학과 대학생활의 시기는 학생들이 인생에서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유일무이한 공간이자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말하자면 학생들은 이 대학이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자신만의 신념과 의지를 온전하게 추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대 최고의 학문적 성과를 체험하면서 미래를 이끌어갈 자질과 품성을 닦고 사회에 꿈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특권적 지위를 누린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학은 학생들에게 일종의 컴포트존(comfort zone)으로서 세상의 풍파로부터 벗어나 안식을 누리는 공간이자 무거운 사회적 책임이나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부터 벗어나 대부분의 미숙하고 부족한 사고와 행동들이 이해되고 관용이 베풀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특권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어떠한 의미에서든 대학이란 공간과 시간은 학생들에게 그 특권적 지위에 걸맞은 일종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요구한다는 것이며 학생들은 그에 부합할 수 있는 뚜렷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대학의 이상과 이념이 무너져 내리고 대학이 일종의 취업사관학교로 변해버리거나 수월성의 셈법이 지배하는 관료제적 경영체가 되어버리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반(反)민주주의적 지배질서 내지는 무차별적 혐오와 증오의 적대적 사회관계를 재생산해내는 또 하나의 굴종적인 기성 사회제도기구로 변질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 그 특권적 지위를 운운하고 대학생들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면서도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생들이 혹시라도 대학의 이러한 현실을 변명삼아 길 잃은 어린 양의 흉내를 내며 철학적 사유 없는 철학자, 역사적 고민 없는 역사가, 비판의식 없는 박제화된 지식인이 되고자 한다면 우리 시대의 희망과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저열하고 천박한 시대정신이 대학의 이념을 무너뜨리고 대학을 지배하고자 하는 야욕을 내보이는 것은 젊은이들이 대학 안에서 의존적이고 무기력하며 순종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차별적 분노와 증오에 물든 존재로서 양성되고 이들이 사회로 나아가 이러한 존재적 가치를 보편적으로 실현하도록 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저열하고 천박한 시대정신이 대학의 이상과 이념을 더럽히고 젊은이들의 꿈과 비전을 무참히 짓밟아나갈 때야말로 학생들이 침묵을 깨고 진정으로 분노할 때다. 하지만 이러한 분노는 학생들이 대학의 이념을 되살리는 것과 그것을 통해,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열어나가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내는 것을 통해 표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기 대학의 젊은이들이 꿈꾸고 되살려야할 대학의 이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대학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내적·외적 성장과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숭고한 가치들에 다름 아니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가지고 싸워야 할 일종의 이념적·사상적 무기들이기도 하다. 이것들은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통해 검증된 보편적 가치들에 다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금에 와서는 서서히 녹슬어 가는 가치들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녹을 걷어내고 제련할 필요가 있는 무기들이기도 하다. 음흉한 지배이데올로기와 낡은 시대정신이 언제나 거부했던 가치들, 대학의 이념들, 그것은 바로 진리에 대한 탐색과 학문적·사상적·양심적 자유의 실현, 그를 통한 독립적이며 비판적인 지식인의 양성, 전문가적 지식에 대한 존중, 창조와 혁신에 대한 열린 마음,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포용정신의 확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념들을 실현할 때 젊은이들은 그들이 늘 꿈꾸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는 목 놓아 외치기만 해서는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수많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젊은이들에게서 희망과 미래를 본다. 여기 우리 대학의 젊은이들에게 조심스레 물어보고자 한다. “그대들 우리 함께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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