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은회가 열린 즈음에 학생들이 취업 때문에 바삐 움직이며 대화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사실 취업 얘기가 빠진다면 한두마디 일상적인 말을 건넨 후 할 얘기가 궁색하다. 그런데 올해 같은 상항에서는 취업을 염려해주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화두만으로 시종 술잔을 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시기 적절한 화제가 끊기고 보니 어느 학생하나 다정하게 다가가서 말을 건넬 수가 없다. 공부 얘기 빼고는 물어볼 게 없다. 그동안 학생들과 마음을 나눌 기회를 갖지 못한 자책감이 더 크게 불거져 나온다.
특히 요즘의 학생들은 자신을 찾고 인생을 얘기해야 할 시간을 대하입시 준비에 할애한다. 뒤늦게나마 대학에 들어와 자신을 세우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겠지만, 어느덧 또 다시 취업 전쟁에 떠밀리고 마는 것을 보면 부속품화된 인생에 짜증마저 난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시간 위에 떠서 흘러간다. 간혹 고통스럽거나 침체된 모습을 볼 때면 다가서서 마음을 열어보고 싶으나, 진짜 포기하고 싶은 이기심을 이겨낼 수 없었다.
이럭저럭 새벽 가까이 술판과 노래방이 어우러진다. 오늘밤만이라도 취업걱정일랑 걷어버리자. 어렵기만 했던 교수님께 술을 빌어 다가가 어깨동무 해보자 “교수님 신나는 걸로 부르세요.” 그러자꾸나, 아무 생각없이 뒤엉켜 놀아보자꾸나.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죄책감을 이렇게라도 씻어보자. 진작에 맞대야할 가슴들이었지만 이제 너희들 떠나보내면서 시작해 보자꾸나.
김 도 진
(재료공 ·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