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대학의 역할과 과제

 가. 본 주제의 방향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한국의 대학이 정말 본래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이문제에 대한 해답은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 차원에서 본다면 세계수준의 대학들이 전통적으로 수행해 왔고 지금도 수행하고 있는 사명을 먼저 조망하고 이에 따른 우리의 현주소와의 격차를 추출하여 해결의 과제를 제시함이 마땅한 순서일 것으로 본다. 고로 대학의 사명과 역할에 대한 보편적 사고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현실적 문제를 과제로 제시하고자 한다.
 나. 대학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초기의 대학기능은 단순한 교수에서 비롯되지만 가르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강의 준비와 저술을 함으로써 연구의 기능이 교수의 기능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터득하게 된다. 그리하여 체계화된 연구기능의 효시는 백림대학의 훔볼티안 혁명과 이를 미국에 활용한 하버드대학의 ‘엘리옷’ 총장이 연구전담교수제를 설치하므로써 대학의 리써취의 기능은 교수의 종속적 가치보다는 그것 자체가 대학이 수행해야 할 교육의 한가지 역할가치로 인정받게 된다.
 다음으로 대학의 사회봉사의 사명은 대학이 일반사회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사회발전에 공급해 주는 말하자면 발명적 공현을 하는 기능이다. 대학의 사회봉사기능은 스코트랜드형의 대학의 전통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의 사회봉사기능을 체계화한 것은 1962년의 모릴웨이드법이후에 전개된 미국의 토지교부대학의 출현에서 비롯된다. 토지교부대학이 유전공학의 이론을 농업증산에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농업기계화를 통하여 대량생산을 유도한 것은 사회봉사기능의 성공적 범례로 손꼽을 수 있다. 더욱이 오늘날에 와서도 대학의 사회봉사기능은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교시교부대학으로 전개되며 이제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정보화 사회에서는 첨단학문을 창업에 활용하는 “벤쳐산업”이나 “비지니스 인큐베이터”역할을 수행하는 쪽으로 전개된다.
 네 번째의 대학사명은 이상적 민주공동체를 창조하는 사명이다. 대학 자체의 조직구조와 기능이 구성원의 정의실현과 열망을 선도해야 할 뿐 아니라 사회정의 실현의 범례가 되어야 하는 기능이다. 그것은 오늘날 민주시민 교육의 실천장으로 인정 받으므로써 그 가치가 다시 부각된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은 그간 너무 파행적이어서 21세기라는 미래에 대비하는 문제이전에··· 본래 있어야 할 대학의 모습을 갖추어야하는 것이 더 시급문제가 아닌가?” 라는 질문은 심각한 대학 자체의 역할정립에 대한 자성적 원리가 될 만하다. “본래 이어야 할 대학의 모습”이나 기능 그것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개혁적 사명을 동시에 수행하려하니 외형적 모양을 갖추기 위한 흉내를 내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다. 한국 대학 발전의 조건과 과제는 무엇인가?
 1. 고등교육행정의 전문화와 책무성은 강화되어야 한다.
 먼저 교육부는 대학 고유의 사명 완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개혁을 빙자한 개악을 강요하고 있고,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 다양한 법규의 정글에 묶여 자율적 기능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사학은 수익용 재산의 전입금이 고갈된 상태에서 거의 수익자 부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국립은 학생부담을 40%를 웃도는 재정 현실속에서 그것까지도 국가의 완전 통제를 받음으로써 자유럭 사명 완수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 가고 있다. 한국대학의 국가 발전적 공헌성은 교육내질적 측면에서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준칙주의라는 미명하에 그 양적 팽창은 엄청나다. 당장 내년의 입학 정원만 보더라도 고등학교 졸업생수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아져 버렸으며 질적 측면의 개선 기미는 오리무중이다.
 한마디로 해방이후 지금까지 대학 설치와 증과 및 증원을 비롯한 모든 조직이 교육부에 의해 통제 · 추진되어 온 것이 사실인 이상, 대학의 학술적 수준의 저하와 양적 증대로 인하여 예상되는 여러갈등과 부장용의 일차적 책임은 교육부에 귀착할 수 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교육부가 대학정원을 책정할 때 국가발전에 필요한 인력 요청을 예견하고 그 구조속에서 대학전공과 교육내용을 접합시키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이것은 고도로 정밀한 인력요청의 전망을 기획하는 새로운 행정기법을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각종 전문기관을 동원하여 대학의 표준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의 범례를 제작 홍보하고, 사회발전의 요구와 대학의 교육내용간의 편차를 조정하며, 대학교육의 질을 높힐 수 있는 다양한 행정전략을 종합적으로 강구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계량적 대학 평가는 질적 평가로 전환되어야 하며 몇 개 학과를 특성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학과를 특성화하는 즉 대학정상화의 재정지원 방식이 아니라 모든 학과를 특성화하는 즉 대학정상화의 재정지원 방법을 제도적으로 마련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2. 대학조직의 합법성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한국 대학은 감독과 통치 조직 그리고 행정실무간의 기능분화를 명시하는 대학설치법(유럽형)이나 대학헌장(영미형)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본다. 교육부는 최소한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과 행정서비스를 주도하는 데 책임을 져야 하며, 사학에 대하여는 법정 수익용 재산을 마련하도록 하는 촉진적 기제로서 보조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여미형의 헌장제보다 유럽형의 설치법을 채택함이 타당한 이상 국립의 경우에는 국립대학설치법(가칭)을 따로 만들어 통치 기구와 행정조직의 권한 관계를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모든 구체적인 학내의 문제는 학칙에 위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러한 설치법으로 부터 대학사명 완수에 필요한 모든 책임을 위임받은 총장(학장)은 교수대표회의와 학생호의 합의를 통하여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함이 원칙이다. 또한 교수와 연구의 책임은 학과와 학부로 완전 위임될 수 있도록 인사 · 재정 · 교원 · 교재 등의 활용에 대한 재량권을 위양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 세게적 추세가 학과를 학제적으로 묶어 통합학문화하는 추세를 감안하여, 무분별한 학과의 분화와 인위적 학과 통합방식도 학문적 수월성 보장에 위배되는 사안이다. 아울러 무의미한 대학의 성격규명방식도 개혁을 빙자한 무식한 행정통제의 방식일 뿐이다. 흔히 말하는 즉, 학부중심대학과 대학원중심대학, 특성하대학과 비특성화대학, 지업대학과 학문대학 등의 분류는 70년대의 실험대학과 같은 실패의 전철을 밟을 것이 확실하다.
 3. 대학구성원의 자기혁신을 위한 노력은 강화되어야 한다.
 분명 우리의 대학은 그 자체의 건학이념이나 설치목적이나 존재 이유에 대한 자성론이 나와야 하고, 이에 맞게 대학의 문화를 창조하고 자율적으로 첨담학문을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스스로 만들고 배양해야 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즉, 대학이 제구실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선 교수와 연구의 기능이라도 철저히 수행할 수 있는 조직으로 환골탈태하려는 구성원들의 의지를 결집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봉사와 이상사회창조의 집념을 실천할 수 있는 선각적 조직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대학문화의 조성이 시급한 것이다.
 4. 사회변화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거듭 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인간교육은 미래의 이미지를 향해서 출발할 뿐 아니라, 그것을 잉태하고 창조하기도 한다. 현재 배우는 교육은 학생들이 장래 사회생활을 할 때 필요한 지식 · 기능 · 태도 · 가치관 등이 확립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대학은 교수 · 연구 · 사회봉사 · 이상적 민주사회의 창조라는 원천적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일이 “본래 있어야 할 대학의 모습”을 찾는 일이다.
 특히 교육내용에서는 원리적 소양을 응측시켜 첨단의 지식문화 가치로 재창조하면서, 교수방법에서도 첨단멀티미디어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지식을 배우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먼저 익혀야하며 도덕과 윤리에 투철하고 어떤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의지와 견인불발의 정신을 체계적으로 연마하는 살아있는 도장으로서 대학의 조직문화를 새롭게 창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5. 대학의 자율성은 보자오디고 맹목적 교육열은 해소되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오늘의 한국 대학의 구조적 문제는 국민의 맹목적 교육열과 이를 무마하려는 위정자의 선심 공약 등의 복합작용으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중립성 그리고 대학의 자율성”은 우리 헌법에 보장되어 있고 어느 나라에서도 동일한 사항이다.
 그것은 교육이라는 국가백년대계는 국가의 것이지 정당이나 집권행정부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편, 수백만명의 학부모들이 80년대 말에는 대학입학 재수생으로 골치를 앓았지만, 90년대에 와서는 사회진출 또는 직업재수생으로 고민하고 있고 조만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적어도 대학교육의 질과 사회발전에 필요한 인력사이에 관련성을 미화시키려는 노력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 하여간 이렇게 된 원인은 교육부나 대학이 잘못한데서 발생하기도 하였지만,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맹목적 교육열에도 그 책임의 소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현재의 대학입시 경쟁은 일류병의 부작용이지 정원부족으 문제는 아닌 것이다.
 이 문제는 대학 스스로가 대학교육은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를 깨우치는” 인격도양의 장으로 만들고 대학교육을 민족정신의 우생학적 유전인자를 창출하는 사명감 완수에 집중토록 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라.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분명히 제3의 물결은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자동화 사회, 하이테크 하이텃치의 사회에서는 지식과 기술의 발달이 너무나 급격하고 변화무상하기 때문에 대학의 첨단학문의 개발과 창조가 없이는 국가의 생존과 번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학의 통치체제는 새롭게 다듬어져야 하고 대학구서원의 자기혁신은 고취되어야 하며 사회변화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환골탈태 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첨단학문의 교수와 연구 그리고 사회가 수행할 수 없는 첨단지식과 기술 그리고 가치관을 창조하여 보급하여야 할 수 있어야만 대학교육의 수월성이 보장될 것이며 그럼으로써 우리의 대학은 이 민족의 생존과 번영의 좌표를 튼튼하게 설정할 수 있는 모범적 사회조직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총장 윤 형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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