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문화시대의 문화정책 : ③문화유산의 해 평가

 올해는 문화유산의 해이다. 문화발전을 장려 하겠다는 올해에는 유달리 많은 검열문제와 문화 개방이 나타났다.
 이에 우리 신문사에서는 김영삼 정부의 임기말을 바라보며 금년에 초점을 두고 문민시대의 무노하정책이라는 기획의 연재글을 실어본다. 
 ① 예술계의 불어닥친 공안한파
 ② 다국적 기업과 대학인의 생활문학
 ③ 문화유산의 해 평가 
  엮 은 이

 장면 하나. ‘97문화유산의 해’ 선포식날인 97년 1월 21일 김영수 문화체육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김영삼 대통령 등 5백여명의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선포문을 낭독한다.
 “문화유산의 해에는, 5천년의 역사속에 우리 민족이 이룩해 높은 문화유산에 대하여 그 소중함을 모든 국민이 다시 한번 깊이 인식하고, 선대가 우리에게 물려 준 것처럼 우리 세대도 문화유산을 잘 가꾸어 우리들 후손에게 물려줄 것을 다짐하며, 나아가 오늘날 우리 세대가 이룩해내는 문화창조활동의 소산들도 먼 훗날 우리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문화창조 역량을 극대화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올 한해 동안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충만해 있다.
 장면 둘. 제주 4 · 3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 헌트’를 사영한 서준식씨가 ‘문화유산의 해’가 끝나가는 11월 4일 국가보안법 및 사전심의 거부죄로 구속된다.
 컷! 기막힌 아이러니를 품고 있는 두 장면이다. 영화로 표현된다면 흥행차트 1위에 기록될 만한 구성이다.
 아니, 영화화는 불가능하다.
 고귀하신(?) 각료들을 문화같지도 않은 영화로 펴현한다면 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서 등급 보류 판정을 내릴테고, 그냥 사영해버리면 우리나라에 ‘표현의 자유’가 어디있냐며 강제 철거시킬테니까.
 ‘문화유산의 해’ 기념 해외전시, 고고학 특별강좌, 불교미술대전, ‘문화유산의 해’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 문체부가 주관한 문화유산 발전을 위한 행사들이다. 흔히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구식이거나 오래되어 케케묵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문체부 역시 ‘문화유산의 해’ 정책으로 좀더 어렵고 딱딱한 행사들만 보여주기 식으로 치러왔다. 게다가 그 대부분이 우리 민족의 밑바닥 민중들의 문화이기보다는 사대주의에 물들어 있던 왕실의 고급 문화들이었으니.
 한편으로는 작년 10월 4일 ‘사전 심의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상승한 많은 문화관련 인사들의 의욕이 청소년보호라는 명목하에 자행된 ‘검열보호’에 이해 꺽였고, 그와 발맞추어 서울 대큐멘터리 영상제, 시민영화축제, 인디포럽97, 인권영화제, 퀴어영화제 단편영화제 등의 대규모 행사가 제재를 받았다. 거기에 장정일씨 구속과 이현세씨 소환등도 뒤따랐다.
 올해 각종 영화제, 서적및 출판물, 방송 검열같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김영수 문체부 장관이 선포문 낭독에서 ‘오늘날 우리 세대가 이룩해내는 문화창조 활동의 소산들도 먼 훗날 우리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문화창조 역량을 극대화하는···’ 이라고 밝힌 것은 절대 지켜질 수 없는 메아리임이 드러났다.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오늘날의 문화는 먼 훗날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될 수 없고 후손들이 평가하기에 ‘그 당시의 문화유산은 정부의 강력한 검열에 의해 조정되었고, 대부분의 사라들은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상태였다’고 평가할 것이다.
 문화유산의 해라고 해서 옛 문화는 신경써서 발굴해내고 홍보했지만 거시적인 안목으로는 우리의 후손들이 문화유산이라고 명명할 현재의 문화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눈에 불을 켜고 간섭했던 해이다.
 올해는 문화유산의 해에 전통문화는 발굴하고 미래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현재의 민중문화를 고사(枯死)시켰던 날들이었던 것이다.

 문 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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