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97학년도 전기 졸업식에서 우리 대학교는 문학사 3백 99명를 비롯, 모두 3천 백 16명의 학사를 배출한다. 또 대학원 과정에서는 석사 5백36명, 박사 88명이 학위를 수여받게 된다. 이것은 어쩌면 위대한 자연의 신진대사와 같이, 대학에서도 입학후 일정 기간 주어진 과정을 끝마치면 졸업을 하게 되고, 대학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경쟁사회에 진입하여 각종 직업 전선에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되어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으미에서, 학위수여식을 학업의 종결이라기 보다는 인생의 새 출발이라 보고 이날을 맞이하여 갈 길이 먼 졸업생의 장래를 축하하고 격려하는데, 이것은 그 자체가 의미있는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올해의 졸업식을 맞이하면서, 젊음이 인생의 황금기이기는 하지만, 졸업과 더불어 직업전선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취업재수생”으로 낙담하는 졸업생이 많을 것이라는 점에 유념하고 싶다. 우리는 국제통화기금의 “신탁통치”라는 사상 미증유의 난국에 직면하여, 졸업생들 특히 학부 졸업생들에게 축하와 격려에 앞서 “자중자애”하는 정신을 키우라고 말하고 싶으며, 젊은 시절의 성급한 결정으로 인하여 인생을 모두 그르치지 말라고 또 한번 충고하고 싶다.
 대학의 졸업생들도 우리 사회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위기의 악순환이 주는 엄청난 충격에서 예외가 되지 못하고 있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혼란은 일반 서민의 생활은 물론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대학생들의 학업생활을 위험 속으로 몰고 가고 있다. 대기업이 도산하고, 대규모의 고용조
 정이 눈앞에 다가와 있으며, 일하는 부모가 실업자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같은 관리불능 상태의 한국경제는 사회 전반의 패배감과 위기감을 조성하였으며, 그같은 분위기는 대학을 떠나는 졸업생들에게도 심리적인 중압감을 선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의 졸업생들이 “취업재수생”으로 온갖 어려움을 겪더라도, 인동초처럼 7전8기를 한다는 심정으로 꿋꿋하게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의 험난한 관문을 성실한 자세로 개척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졸업생들에게 대학의 문을 떠나, 유연성이 강조되는 노동시장에 첫발을 딛는 준비로서 이제 거품을 빼고 실제의 참모습으로 되돌아 자신을 거울에 비춰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학생들이 21세기의 행복한 미래가 아니라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맞이하면서, “왜 내가 대학을 입학했던가?”, “나는 대학에서 무엇을 하면서 4년을 보냈던가?” “나의 과거행적은 미래의 희망을 좌절케 하는데 상당한 몫을 다하지 않았는가” 등등의 반성을 하면서 졸업생 이전의 “대학생”으로서의 개개인의 부실화에 자신은 책임이 없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의 졸업생들에게 결코 견디기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개척하는 정신으로 결코 자포자기하지 말고,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갈무리하는 사회인을 꾸준히 그리고 알차게 성숙할 수 있기를 마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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