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의 삶

홍세영 편집국장(정치외교 3)

  언젠가부터 SNS에 ‘#소확행’이라는 해시 태그가 자주 보인다. TV 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도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소확행(小確幸)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말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쓰였다. 작가는 에세이에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확행’이라 일컫는다.
  소확행이라는 단어의 유행은 1980년대 일본의 경제 침체 시기와 더불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더 이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지 않겠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거들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과도한 경쟁 및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에 따른 박탈감과 절망감을 느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상보다는 현실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추세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니멀라이프’도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는 필요 없는 짐을 정리하며 생활방식을 간소화하고, 대인관계 역시 필요한 사람만 만나는 등 ‘최소한의 삶’을 지향하는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버리고 나누기’보다는 ‘모으는 것’에 집착해 온 현대인들에게 ‘본질’에 주목하는 새로운 생활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인 1976년에 <소유냐 존재냐>를 통해 현대인들의 두 가지 생존 양식을 분석했다. 하나는 돈·명예·권력·지식 등의 소유에 집중하는 ‘소유적’양식이며, 다른 하나는 물질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존재적’양식이다. 프롬은 전자의 삶을 ‘끝없는 욕망과 집착으로 인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자기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중시하는 존재의 삶을 살라고 충고했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풍부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대인들은 복잡한 사회 속에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며, 불필요한 부분까지 욕심내고 집착하게 됐다. 쌓아둔 물건을 처치하지 못해 곤란을 겪기도 하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뒤쳐질지 모른다는 강박 관념에 인간관계도 ‘과잉’으로 넘쳐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확행과 같은 사회 현상을 경기불황에 따른 스트레스, 취업불안 등에 따른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로써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리 씁쓸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그 강도 보다는 빈도가 오히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행복은 사회적 성공이나 물질적 가치에 의해 평가됐다면, 오늘날엔 행복을 소소한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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