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졸업논문-산국만화산업

 I.서론
 1. 內憂外患의 한국 만화계
  근래까지도 우리사회에서 만화는 공부할 청소년들의 아까운 시간이나 축내는 천덕꾸러기정도로 대접받아 왔었다. 그래서 학교밖 일정 거리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만화방에 출입하는 것을 옳지 못한 행동으로 교육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더런 것이 어느날 만화가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청소년 유해물’에서 졸지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갑작스레 21세기형 미래산업으로 떠밀려 올라간 만화는 만화계 안으로부터의 성과와 역량을 결집해 내는 자연스러운 방식이 아니라, 밖으로부터 비전문가의 돈벌이를 위한 투자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체계적이고 치밀한 시장조사 없이 ‘우리 정서에 맞는 국산 만화영화’만을 표방하고 제작된 많은 수의 만화영화들이 겉에 붙은 화려한 수식어구와는 달리 갱봉과 동시에 거의 실패를 맛보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만화영화가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으로 환대를 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작년에 출판만화계는 청소년 범죄의 교과서로 매도되어 언론과 검찰의 무차별 몰매를 맞고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뿌리는 죽이면서 열매를 따 먹기를 바라는 꼴이 된 것이다.
 해가 바뀌어서 상황은 한층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가만 놔둬도 희생 가능성이 희박한 만화계가 원화가치 폭락으로 인한 재료값 상승으로 거센 폭풍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미 소규모 만화 출판사들은 사실상 지급 능력을 잃었고 서울문화사와 대원출판사 같은 국내 ‘굴지’의 만화출판사들도 위기감으로 몸사리기에 정신이 없다.

 II. 본론
 2. -난서평정의 신화- 일보만화
 이미 일본만화는 국내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지 오래다. 한국의 만화계가 생존권을 놓고 공권력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일본만화는 대부분의 수요계층을 독식한 채, 단행본이라는 새로운 시장 매커니즘을 정착시키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다. 1990년말부터 유입되기 시작한 일본의 단행본만화는 표절 및 복제판을 포함, 모두 수백여종 이상으로 94년 초에는 국내시장의 70%를 잠식하였으며, 이 중 ‘드레곤 볼’, ‘란마 1/2’, ‘슬램덩크’와 같은 빅히트작품들은 최고 2백만부까지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 ‘침묵의 침대’와 ‘짱구는 못말려’, ‘어덜트 베이비’등 고전 인기물과 최신작들까지 전작 계약하여 국내에 배급 판매하는 만화전문잡지들에 의해 그 자체 시장의 고정 고객층을 확대해가고 있다.
 
 3. -국내 만화산업의 경제적 규모
 현재 국내 만화계는 극도의 불완전 경쟁체제와 유통구조의 담합, 인쇄매체 만화시장의 질적개혁 미흡과 만화공장 체제의 폐해, 애니메이션 업계의 하도급 체작체계와 일본 만화 복제시장 구조 및 불법복제 만화 유통구조 등으로 인한 시장실패가 일반화되어 버린 특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기존의 만화산업 내 기득권을 영구 유지하려는 조직적 유통세력과 그로부터 야기되는 비전문인의 만화산업 경영 팽배로, 실질적이고 국제적인 만화산업의 상품적 속성을 효율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만화산업은 생산, 공급, 유통, 판매의 모든 경제적 체계가 독점과 과점으로 구성되어 있고, 구조 내의 독자적인 행위규제와 소프트웨어의 통제로 인해 체제변혁 및 개선 매커니즘의 작동을 본질적으로 방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산업확장을 통한 수직계열화 체계 확립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효율적인 대안 자체도 국가 정책의 부재로 인해 실현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만화도 상품이므로 최종 소비단계를 고려하여 생산방식이 결점되는데, 크게 나누어 대본소용과 잡지용으로 구분된다. 즉 대본소용과 잡지용으로 크게 시장이 양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국내 만화산업의 규모를 살펴보면, 대본소 시장은 전국의 4,500 개소에서 1년에 약 6,000여권이 약 1,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약 500억원(4,500x6,000x1,800=486억원)의 자본규모가 산출된다. 그리고 만화잡지 시장을 주간지, 격주간지, 월간지로 분리하여 살펴보면, 주간지는 5종이 평균 15만 부씩 2,000원에 판매(1년에 52주)되고 있으며, 격주간지는 8종이 편균 만부씩 2,500원에 (26주), 월간지는 7종이 평균 2만 부씩 3,000원에 판매 된다. 그러므로 잡지 판매액의 총계는 약 895억원이 되고 대개 각 호당 1,000만원 수준이므로, 총 20여 종의 현재 발행 종수에 적용하면 약 55억원이 되어 순수 만화잡지 시장의 자본규모는 대략 950억원이 넘는 거대시장이 된다. 여기에 잡지로부터 파생되는 서점용 단행본 시장이 약 100억원 시장을 육박하고 있으며, 스포츠 신문과 일반 단행본의 판매시장을 50억원이라 에상할 때 인쇄 매체 만화산업의 시장규모는 약 1,600억원을 상회하는 자본생성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불법유통 만화시장의 비공식적인 규모인 300억원까지 종합한다면, 국내 인쇄매체 만화산업 시장은 연간 약 2,000억원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규모의 산업이면서 만화산업 만큼 산술적인 계산이 비공식적으로 적용되는 산업도 없을 것이다. 암시장 매커니즘에서의 통계를 합산한다면 출판만화의 시장규모는 4,000억원, 애니메이션 7,000억원, 팬시‘캐릭터 1조원, 음반 관련 시장 2,000억원, 전자 오락 게임시장 4,000억원, 테마파크 시장 3,000억원 등, 총 3조원 가량의 어마어마한 시장규모를 나타낸다.
 이와 같이 애니메이션 시장과 연관 부수산업까지 포함한다면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 수치가 되나, 현재 애니메이션에 연계된 부수시장의 머천다이징은 국내 자본의 결정력보다는 해외 자본의 유입과 산출이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어, 약 3조원에 해당하는 애니메이션 상품력을 해외에 유출 시키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거대 자본이 재투자 자본으로 만화산업에 유입되지 않고 유통과정과 수요과정에서 타산업으로 전환되어, 실질적인 국내 만화산업의 안정과 질적 개혁을 위한 투자에는 미흡했던 것이 현실이다.
 
 4.-한국만화산업의 문제점
 이상과 같은 엄청난 규모를 갖고 있는 군내 만화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각 연관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각 연관산업간의 연계구조 미비로 시너지 효과의 전반적인 창출이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만화산업은 출판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캐릭터산업과 게임산업의 거대한 군단을 형성하여 하나의 작품만으로도 국내시장에 독자적인 시장분할을 형성해내고, 그로부터 자가별 매니아그룹과 제작사의 이미지 관리를 통해 지속적인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고 있다. 거시적으로 분석해 본 국내 만화산업의 비연계성은 기본적으로 각 단계별 산업의 특화가 이루어지지 않음에 기인한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규모와 기술력은 사실 세계에서 인정하는 최고 수준이며, 실상 전세계 애니메이션의 약 40%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단지 그 상품들의 대부분이 하청(OEM)이라는 왜곡된시장체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세계 애니메이터들 사이에서 한국은 거의 공장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나리오와 기획은 미국이, 자본은 일본이, 캐릭터 디자인은 프랑스가, 그림은 한국이’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의 공식은 자랑거리이기보다는 구조적 모순의 일단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을 이끌어내는 시장규모와 자본력이 일천한 국내 시장에서 계속되는 하청생산으로 기업의 규모만 확대해 온 국내 프로덕션들은 캐릭터 산업과 게임 소프트웨어 산업, 그리고 출판만화계와의 연계, 테마파크로의 경영전략을 시도해보지도 못했고, 결국 그러한 연계시장은 미국과 일본의 대리전장화 되어 버렸다.
 국내 만화산업이 진정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그리고 국내 정책산업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시장을 바라보는 기본 인식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그것은 곧 국내 시장만이 국내 애니메이션의 판매시장이 아니고 일본과 미국, 그리고 동남아까지도 우리의 상권임을 인식하고 심도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만화산업 특유의 생산성과 문화상품으로서의 시장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만화산업은 사회구조 내에 존재하는 만화에 대한 패러다임의 저급성으로 인하여 극도의 영세성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하드웨어의 사회적 진보 내에서도 소프트웨어의 탄력적인 공급은 만화산업 구조에 의하여 자체 통제되고 있는 기존의 매커니즘으로 인하여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 부재는 이러한 상황을 공식화하고 있다. 
 
 III.결론
 이성과 같이 한국의 만화산업은 엄청난 경제적 규모를 갖고 있고, 세계 애니메이션의 약 40%이상을 생산하는 생산력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애니메이션계는 머리가 없는 거인과 같다. 이제 동화, 채색과 같은 단순한 작업은 우리보다 임금이 더 싼 동남아로 대부분 빠져 나가고 있고, 과거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해 몸체 늘리기에만 전념한 결과 지금까지 만화영화 선진국이 되고 있지 못하다. 지금까지 남들이 시키는대로 아무 생각 없이 지내왔기 때문이다. 다른 제조업이 R&D에 투자하듯이 애니메이션계도 기획력을 비롯한 고급 능력을 획득하려 노력했어야 했다.
 만화영화의 뿌리는 출판만화다. 즉 우리가 보통 말하는 만화책이 훌륭한 수준으로 발전을 해야 따라서 만화영화도 세계적으로 빛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의 만화시장이 좀 더 확대 발전하고, 그런가운데 철저한 시장검증을 통과한 우수한 출판만화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팬시 캐릭터 상품도 만들고 게임도 만들고 테마파크도 만들어서 수직계열화를 통해 활용해야 한다(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예로 ‘둘리’가 있다. 둘리는 약 20년 가까이 된 캐릭터이지만 지금도 연간 약 20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작가에게 벌어주고 있다).
나라안의 모든 것이 마찬가지이겠지만, 만화산업도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 중의 하나가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다. 지금처럼 규제하고 감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창작을 하는 작가들에게 어떠한 유형 무형의 검열과 규제도 있어서는 안된다. 자유로운 창작정신이 없어지고 작가자신 자신의 창작품이 어떤 법에 걸리지나 않을까해서 마음가는 대로 펜을 쓸 수 없다면 그 작가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자본의 재축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몇몇 인기작가들이야 손하나 까딱 안하고 이름만 빌려주어도 수천만원씩 벌어들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한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소수이다. 대다수의 만화계 종사자들은 밤을 새워 작업해도 한달 최저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고 있다. 출판사에서 기본적으로 원고료를 높게 책정해 작가가 어씨스트나 문화생들에게 충분한 배려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끝으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만화가 산업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본래 문화의 한 양식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어려서 많은 만화를 보며 커왔듯 지금의 어린이들도 많은 만화를 보며 자라난다. 만화만큼 어린이 정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매체도 드물 것이다. 따라서 만화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훌륭한 문화적 요소로 발전시키려는 진지한 자세 또한 요구된다.

 이글은 사회대에서 최우수 졸업논문으로 선정된 글이다.
 본문은 원본의 요약문이다.

 엮 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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