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동에 가면 이것만큼은 꼭 먹어보자”하는 것이 있는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늘 배고픈 학생들과 대학로의 먹거리는 땔레야 땔 수 없는 관계다.  즐비하게 늘어선 로데오 거리의 호프집과 바(BAR), 삼겹살 집, 그리고 몇 개월 못 견디고 새로운 업종으로 바꾸는 가게들. 새 동네라는 말이 맞게 하루에도 몇 개의 가게가 새로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곳이 우리의 대학로 궁동이다. 
이에 비해 사발 막걸리로 유명한 고려대는? 고려대 정문 앞의 제기골에는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막걸리 집 고모네가 있다. 우리의 서문 앞에 있는 밥집 고모네와는 달리 막걸리와 파전이 주 메뉴다. 32년 간 한자리를 고집스레 고수한 이 곳은 세월만큼이나 아주머니의 훈훈한 정이 느껴져 아직도 많은 고대 생들이 막걸리가 생각나면 찾는 곳 중의 대표적인 곳이다. 가게 내부는 70∼80년대의 모습 그대로 낡은 나무 테이블에 작고 동그란 의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그 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더욱 정겹다.
또 다른 곳 경희대 앞. 그 곳 파전골목에는 30년이 넘는 세월을 지켜온 나그네 파전이 있다. 발 디딜 틈 없이 꽉꽉 들어찬 손님들은 나이대도 다양하다. 이곳을 지켜온 공경자(68)할머니는 “오래 이 자리를 지키다 보니 7∼80년대 학번들이 자식을 데리고 오는걸 보면 고맙지. 잊지 않고 찾아와 주니까.”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왜 복잡하고 자리도 불편한 이 곳을 찾아  올까? 우경덕(서경대·휴학)군은 “집 근처라 어릴 때부터 자주 왔었는데 우선 음식이 여느 집 보다 맛있고, 이모(일하시는 분)가 편히 대해주셔서 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라고 한다. 이 곳은 파전 이외에도 돈까스보다 큰 왕 동그랑땡과 고추 튀김 등 푸짐한 별미가 있어 더욱 찾는 이의 발길을 잡는다.    
이렇듯 대학가의 대표적인 음식점이 그 대학로의 상징이 되는 경우가 많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도 선배와 후배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는 것. 그 곳에서의 막걸리 한잔이 선후배간의 거리를 그 만큼 줄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대학로 궁동에도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훈훈한 정이 묻어나는 곳이 많이 있기를 바란다.  
 

도경주 기자 dkj11@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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