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인 대학 생활을 하시라

허찬국 교수/무역학과

  1980년대 대학원 시절 컴퓨터를 처음 접했다. 스위치를 켜고 몇 분을 기다려야 시작하던 그 때의 286 PC는 이제 컴퓨터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 미국과 한국에서 경제 전문가로 일하며 컴퓨터를 달고 살며 그 간 컴퓨터 속도의 변화와, 세상이 비슷한 속도로 변하는 것을 경험했다. 전문 활동의 끝자락 쯤 와 있는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세태는 남의 일처럼 개탄하고 넘어가면 그만인 일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의 롤러코스터에 아직 오르지 않은 이 글 독자들에게는 그 빠른 속도가 겁을 먹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취업난 소식에 위축되었는데, 세간에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측까지 나오며 먼 미래까지 갑갑해 보일 것 같다. 미래에 대해 불안감은 청년의 전유물이 아니지만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더 크게 느낄 것이다. 학생들과 면담을 해보면 막연히 주위 학우들을 따라 토익공부를 하고,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면서 집단에 섞여 불안을 덜려는 학생들이 많아 보인다.
더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생각되어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대학생활을 통해 지금부터 본인이 자신의 성향, 능력, 그리고 취향을 파악해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인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잘 모른 상태에서 시험 점수로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니 전공분야와 관련된 일을 할지, 아니면 본인의 관심 있는 분야나 일이 다른 곳에 있는지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남이 만든 성공의 기준이 당신의 기준일 필요가 없다. 본인이 무엇을 하며 살지, 어떻게 살지 결정해야 한다. 이것은 젊은 사람의 특권이자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다. 이를 위해 책 읽기를 권한다. 근래 자료를 검색하다 뉴스 속 인물들의 독서 성향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접했다.
현재 미국의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는 여러 전투 경험으로 맹장(猛將) 명성의 군인 출신인데 평소 로마의 철인황제(哲人皇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년 전 FBI국장자리에서 해임한 제임스 코미는 자신이 현대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를 읽고 공직에 몸을 담았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니버를 가장 좋아하는 신학자로 꼽았다. 월가에서 성공한 은행가로 재무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루빈은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대학 2학년 때 들었던 철학수업이 다른 무엇보다 일과 삶에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셋째, 논리적 사고와 이를 말과 글로 전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4차가 아니라 몇 차 혁명이 와도, 체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전달하는 일은 사람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아울러 어떤 분야에서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연습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능력일 것이다.
  필자가 진행하는 영어전용 수업에서 한국학생들의 발표를 보면서 체계적 소통능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언어가 문제일 수 있으나, 영어가 외국어인 것은 유럽학생들도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영어를 잘 하고 싶으면 토익학원에 갈 게 아니라 영어로 책을 많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청년들을 피해자로 모는 요즘 세태에 휩쓸려 피해의식에 무력하게 지내기보다, 앞으로 자신이 주인이 되는 세계화된 세상에서 살 준비를 시작하시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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