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과 붕어빵 그리고 충남대

  곰탕과 붕어빵 그리고 충남대의 세 단어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곰탕에는 곰이 없고,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으며 충남대에는 충남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충청지역의 거점 국립대학인 충남대학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서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지역 거점대학으로서의 제 역할을 회복하느냐, 아니면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우리 대학이 추락하느냐는 충남대학 전체 구성원들의 판단과 의지에 달려있다.
  충남대학은 6․25 전쟁의 와중에 200만 충남도민의 열망이 모아져 12명의 교수와 첫 신입생 220명으로 문을 연 충청지역의 첫 종합 대학이다. 도민 매 호당 가마니 한 장과 겉보리 한말 모으는 의지와 정성으로 시작되어 범도민적 운동으로 결실을 맺은 자랑스런 지역대학이 아닐 수 없다. 충남대학은 앞으로도 충남도민이 눈물겹게 보내준 이 사랑과 은혜를 대학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감사하고 보답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충남대가 충남과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즉 충남의 인재가 충남대를 오지않고 있다. 충남대 교수들이 충남도의 정치와 행정, 역사와 문화,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역과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충남대의 교명을 지킬 명분과 의미도 사라질지 모른다.
  물론, 지난 반세기 동안 충남대학은 나름대로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충청 지역민의 열망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한 껏 노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의 포화속에 끼니를 아끼고 열악한 국민학교 교실에서 강의를 받던 당시 충남 지역민의 희생과 지극정성을 생각하면 최선을 다했다고 하기에는 충대 구성원으로서 여전히 부끄러운 것이 현실이다.
 그간 우리에게 찾아온 발전 기회는 여러번 있었다. 첫 기회가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시대의 개막이다. 1995년 자치단체장의 주민직선으로 부활된 지방자치는 충남대학이 지역 거점대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충대는 소재하고 있는 대전에만 안주하려 했을 뿐, 충남도의 자치단체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하는데 소홀했다. 충남에 거주하는 수많은 충대 동문들에 대한 봉사와 사후관리도 미흡했다. 충남도와 시군에 근무하는 충대 출신 동문들에 대해서도 교류와 협력에 소극적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충대 출신 동문이라는 자부심과 모교 사랑이 식은지 오래다.
  1991년 지방자치시대에 대비해 지역특성화 학과로 자치행정학과가 전국 최초로 설립된 바 있다. 자치행정학과는 지난 기간 행정고시 수석합격자를 비롯해 지방자치시대 중앙과 지방에서 필요한 인재를 배출해서 새 시대의 주역으로 육성시켰다. 이와 같이 전국 학계의 자랑이 된 학과의 높은 경쟁력을 외면한 채, 교육부에서 예산지원 몇푼 받는다고 어느날 졸지에 학과를 통‧폐합시키는 무모한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지방자치시대에 필요한 지역인재 육성과 폭발적인 학문적 수요를 포기한 꼴이다.
  이 잘못된 판단과 처신들의 결과, 충남대의 절대적인 지지기반인 충남권역에서의 역할은 축소됐을 뿐만 아니라 점점 쇠퇴해가는 대전에서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라 하니 통탄할 일이다. 부산대, 전남대, 경북대 등의 국립대학들이 지방자치시대 이후 그 지역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을 비교해 보면, 충남대학은 정체성과 지역성의 정립에서 실패했다고 본다. 그들 대학들은 인근대학 간 통합과 연합캠퍼스를 구축함으로서 지역거점 국립대학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충남대는 개교이념과 지역 거점대학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면서 모든 것을 바로잡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충남대가 충청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요, 지방자치시대에 지역 국립대학으로서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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