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장'이 '기회의 장' 되길

노연주 부편집장/고고학과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현재와 미래는 변화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중이다.’
  교양수업 중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 말을 듣는 당시엔 문장 그대로의 의미에 여운은 남았지만 깊이있게 다가오진 않았다. 내가 가장 중요한 역사의 한 부분을 살고있다니, 전혀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의 '역사적인 만남'을 지켜보며 우리가 역사의 주체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나라는 북한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기자는 지금껏 남과 북의 관계에 대해 고심해본 적이 없었다. 북한을 생각하면 주입식 교육으로 뇌리 속에 박힌 '평화통일'이란 단어만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었다.  남북에 대한 이견과 뒤섞인 이해관계로  머리가 복잡해져 조용히 덮어두고만 있었다. 그랬던 기자도 지난주 전공 시험을 코 앞에 두고 프린트물은 손에 쥔채 남북정상회담 라이브 방송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난 뒤 SNS에는 벌써부터 통일을 기대하는 글부터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는 글까지, 마치 우리나라 전체가 축제를 맞이한 것 같았다. 북한과 김정은을 풍자한 글도 수두룩하게 올라왔지만 앞날에 대한 기대감에 찬 사람들은 그마저도 웃으며 넘겼다. 그러나 아직까지 남과 북의 관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나가는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만을 두고 벌써부터 '통일'울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남북정상회담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이대로라면 내일 당장 통일할 것 같아’ 라며 들떠있는 친구의 이야기는 통일에 대한 생각을 덮어둘 수 없게 했다.
  우리가 통일을 이렇게나 염원해왔나? 불과 몇 일 전까지만해도 이 질문에 기자는 ‘아니요’ 라고 답했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이전의 주변사람들은 대부분 통일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남과 북의 관계발전은 불가능할 것이라 이야기했다. 주적인 북한에게는 자비도 없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학생도 더러 있었다. 더불어 기자도 통일을 떠올리면 덜컥 걱정과 우려가 앞섰다. 이처럼 통일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조차도 남북정상회담을 기다리며 미소를 띤채 두 정상의 만남을 바라보게 했음은 무엇을 의미할까.

  기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남과 북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며 저마다의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더 나은 사회와 미래는 구성원들이 서로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간극을 좁혀나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조성된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는 남과 북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서로의 의견을 비난하며 헐뜯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이번 기회를 더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너무도 상투적인 이 구절을 떠올려야 할 때가 왔다. 보이지 않는 결과를 우려하며 움츠러들 때가 아닌, 눈 앞에 주어진 ‘토론의 장’을 ‘기회의 장’으로 만들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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