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udary Condition

이정훈 편집부장(물리학과 3)

  “코카콜라 맛있다. 맛있으면 또 먹지” 어디서 시작했는지 모르는 이 유치한 노랫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콜라를 언제부터 마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난생 처음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햄버거를 주문한, 혹은 부모님께서 주문하신 햄버거와 함께였던 그 콜라가 처음이지 않았을까.
  개인적인 콜라사(史)는 잠시 제쳐두고 콜라의 형태를 그려본다. 알루미늄을 얇게 펴 만든 원통형 용기, 즉 알루미늄 ‘캔’에 담겨있는 콜라를 생각한다. 냉장고에서 적당히 냉각된 알루미늄은 세상으로 나왔을 때 자신을 경계로 안과 밖을 나눈다. 냉장고 속에서 자신과 온도를 조율한 콜라와 그렇지 못한 나머지 것들로 세상을 구분한다. 동시에 캔 밖의 뜨거운 공기, 그 속의 물 분자는 힘껏 알루미늄을 쳐낸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너무나 단단했고 물 분자는 알루미늄 표면에 ‘맺힘’으로써 이방인 알루미늄에 대한 공격을 멈춘다. 자신과 콜라의 온도를 지켜낸 알루미늄 역시 안도한다.
  우리가 무엇을 관찰할 때 사물과의 거리는 행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무언가를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바라볼 때의 느낌은 다르기 마련이다. 수학에서는 이를 ‘극한’을 통해 이야기 한다. 우리가 관찰하는 대상을 구면좌표계에서 다룬다고 생각했을 때, 사물과의 거리는 원점과의 직선거리, 즉 대상을 표면으로 포함하는 구체의 반지름이 된다. 따라서 무엇을 멀리서 바라보는 행위를 반지름을 크게끔 하는 극한, 가까이서 바라보는 행위를 반지름을 작게끔 하는 극한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어떤 해석적인 함수는 복소해석학에서의 로랑 급수로 전개할 수 있다. 로랑 급수란 일반적인 테일러 급수가 미분가능한 함수를 0차 다항식부터 n차 다항식까지 전개하는 것에 비해 –n차 다항식에서부터 n차 다항식까지 함수를 전개한다. -1차에서부터 –n차까지의 다항식은 r이 커질수록 0으로 수렴하고, 반대로 1차에서부터 n차까지의 다항식은 r이 작아질수록 0으로 수렴한다. 이제 사물의 성질을 함수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어떤 사물을 멀리서 볼 때 가까이의 것이 잘 보이지 않고, 반대로 가까이서 무엇을 관찰할 때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지 않는 것을 수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제 콜라 캔 이야기로 돌아가자. 우리가 멀리서 보기에는 콜라 캔의 경계가 마치 알루미늄인 것처럼 보인다. 콜라 캔을 가까이서 지켜볼 때야 우리는 비로써 알루미늄이 그저 콜라 캔이 그저 경계가 아닌, 스스로의 두께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알루미늄 역시 자신의 생각과 삶을 가지고 스스로의 두께를 지녔었다는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나는 오늘도 소중한 누군가를 그저 알루미늄처럼 생각하지 않았었나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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