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R. 해리스 '감정사회학으로의 초대'

  얼핏 듣기에 ‘감정’이라는 주제는 덜 중요하고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감정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 어디에나 존재하고 삶의 근본적인 부분을 구성한다. 또 인간의 모든 경험에 다채로운 색깔과 의미를 부여한다.
  감정이 사소하다는 선입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하나의 방법은 감정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 삶의 면면에 매우 깊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감정 연구’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학자인 스캇 R. 해리스의 생각도 이와 동일했다. 그래서 현대 사회과학이 간과하고 있는 감정을 사회과학의 대상으로 삼아, 특히 사회학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하여 감정의 위치와 지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는 저술을 펴고 있다. 저자는 비이성적인 영역으로 간주되는 감정을 분석하고 인간의 감정에 내포된 사회학적 의미를 고찰한다. 이 과정에서 대중들에게 비교적 낯선 ‘감정규범, 감정관리, 감정교환, 감정노동’ 등의 감정사회학의 핵심 개념을 쉽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3장 <감정관리>에서는 사람들이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호작용의 전략들을 살펴본다. 사람들은 자기 감정의 표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자신의 감정을 연기하거나 관리하여 관객들이 보고 생각하는 바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표면 연기(surface acting)’로, 우리가 느끼는 것으로 보이는 방식을 관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표면 연기를 사용하면 일부러 감정을 숨길 수도 있고 과장할 수도 있게 된다. 하지만 감정관리는 표면 연기에서 끝나지 않고 ‘심층 연기(deep acting)’를 할 수도 있다. 심층 연기는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방식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타인에게 주는 인상을 형성하기 위해 심층 연기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더 바람직해 보이는 감정 상태를 추구하기도 한다. 타인에게 덜 긴장한 것처럼 보이기만을 원하는데서 나아가 실제로 덜 긴장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표면 연기와 심층 연기는 긍정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부정직한 감정관리조차 반드시 부도덕한 것은 아니라고 옹호한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거나 느끼는 바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5장에서는 감정의 세 가지 차원인 감정규범, 감정관리, 감정교환을 바탕으로 하여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을 다룬다. 감정노동이란 노동자가 사람을 대하는 일을 수행할 때에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노동자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행하는 노동을 말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감정사회학 자체보다 감정노동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아마도 감정노동으로 인한 감정적 부조화가 정신질환, 자살, 살인 등의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들이 급증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감정노동은 최근의 젠더 이슈와 관련지어 살펴볼 수도 있다. 감정노동이 성중립적(gender-neutral)이라서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게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실제로는 여성 노동자가 남성 노동자보다 감정노동을 더 많이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 똑같은 직업 내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때조차 여성 노동자들은 차별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웨이트리스, 간호사, 승무원처럼 추가적인 감정노동이 요구되는 일자리들은 자주 ‘여성의 일’로 간주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은 동일 직업의 남성에 비해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역할에 끌리거나 그런 역할로 인도되는 경향이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감정사회학은 비이성적이고 심리적인 영역으로 오인하기 쉬운 감정에 대해 단순화하거나 과잉화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아가며 감정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 잡고, 감정을 관리하는 기술을 훈련하는 등 감정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은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에 내포된 사회적 의미를 파악한다면 우리 자신에 대해,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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