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구성원들의 무관심에 잊힌 학내 문제, 힘 잃는 자치기구

  20대의 정치참여가 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9월 6일 발표한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에 20대 유권자의 76.1%가 선거에 참여했다. 이는 68.5%였던 18대 선거와 46.6%에 불과했던 17대 선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이다. 매 선거마다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던 50대와 비교해도 2.5%p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다수의 젊은층, 특히 대학생들이 촛불 집회 등을 통해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분석이 들려온다.
  같은 시기, 연세대학교는 지난해 총학생회선거가 입후보자 부재로 무산된 데 이어 올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도 투표율은 26.98%에 그쳤다. 이조차도 투표를 하루 연장해 얻은 결과다. 4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주최한 ‘시흥캠퍼스와 대학기업화’ 토론회의 참여자는 10명 남짓이었다. 이렇듯 학내 문제와 학생자치기구 등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 학교 밖으로 촛불이 밝혀지는 사이 학교 안에는 촛농만 쌓이는 모양새다.

'취업준비 때문에', 외면 당하는 학내 문제

  학내 무관심에 있어 우리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미화원노동조합이 용역업체와 갈등하던 여름방학, 조합원들은 학생들에게 입장문을 나눠줬지만 학내 커뮤니티에서의 언급은 극히 드물었다. 당시 우리 학교 커뮤니티 페이스북 페이지 ‘충남대학교 대나무숲’에 제보가 1건 올라온 게 전부였다. 이후 미화원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역설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시자는 “계절학기 때부터 미화원들이 학교의 부당한 대우를 알리고 개선하려고 노력했는데 그에 관한 제보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공연대노동조합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알리기 위해 캠퍼스 곳곳에 현수막을 게재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충대신문을 통해 보도되고, 총학생회가 대나무숲 덧글을 통해 설명한 사건이지만 현수막의 내용을 묻는 기자에게 A학우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일로도 신경 쓸게 많다”고 말했다. 다수의 학우들이 학업과 취업준비 등으로 학내문제 전반에 관심을 갖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공연대노조 이영훈 대전지부장은 “학내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이 줄고, 발언도 많이 약해졌다. 각자가 조건이 힘들고 어렵다보니 서로 무관심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렵지만 다 같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해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학생대표기구에 대한 관심도 떨어져

  우리 학교 제48대 총학생회 '티우미'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도 적다. 충대신문이 지난 6월 실시한 ‘티우미 공약 점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47%가 총학생회 공약 전반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티우미’ 자체를 모르는 학우들도 적지 않았다. 기타의견에는 ‘티우미가 뭔지 몰라서 답하기 어렵다’, ‘티우미가 무슨 조직인지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는 답변도 있었다.
  총대의원회의 존재와 업무에 대한 학우들의 이해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B학우(경제‧1)는 “총대의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대의원회 민승기 의장(이하 민 의장)은 “신입생들과 가까이 있는 학생회와 달리, 대의원은 그러지 못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무관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민 의장은 “대의원의 감사 업무 등은 학생회가 일을 하고나서 진행되는데, 사건이 생기면 항상 왜 관리를 안했냐고 지적하시는 학우들이 많다. 대의원회의 업무를 잘 모르신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공동체성 약해지는 사회, 사회성을 더 요구된다

  우리 학교 사회학과 정선기 교수(이하 정 교수)는 학내 무관심을 개인화되어가는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과거가 동질성이 필요한 사회였다면 이제는 이질성이 필요한 사회이다. 분업에 따라 다양화가 이뤄져 개인적으로는 자유로움을 느끼지만, 어느 때보다 유기적이고 의존적으로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뒤르켐의 설명 방식에 따르면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 사회질서가 변화된 것이다. 과거에는 의례와 종교 등이 개인을 공동체로 결속시켰지만, 현대에 와서는 시장관계에 의해 보편성이 확보되면서 상호의존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정 교수는 “이질성에 기초한 사회에 와서 공동체성에 대한 필요성이 약해졌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개인화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개인화 사회로 넘어가면서 의존적이게 된 개인이지만 그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 교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협동보다는 경쟁에 초점을 맞춰 교육받았다”며 “이질적인 사람들이 협동해야 하는데, 협동에 필요한 사회성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줄 세우기식 교육만 받아온 학생들에게 민주적 참여는 낯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이 사회성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이 시장논리에 맞춰 움직이고,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지식을 수용하기만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개선된 부분은 없다. 정 교수는 “전문지식을 배워서 직업 활동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여서는 안 된다. 민주적으로 어떻게 참여하고 시민으로서 활동하는지 배워야하는데 우리 대학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으로 공동체 발전으로 연계

  학생대표기구들은 학우들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 의장은 “올해 전자투표를 준비하느라 홍보활동이 부족했지만 작년부터 어느 정도 행사를 진행하고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우미’ 이현상 총학생회장(이하 이 회장)은 “중앙운영위원회 회의 내용과 총학생회 차원의 업무 진행 결과를 지속적으로 페이스북에 올려 학생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내 구성원의 관심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흐름에 우리 학교가 비껴가지 못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민 의장은 “입학할 당시 투표율이 60%정도가 됐던 걸로 기억한다. 투표율이 점점 낮아지는 건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민 의장은 “학우들이 취업 때문에 힘들어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 계신데, 학우들을 대표해 일하는 기구라는 인식과 함께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래도 학우들은 다른 학교에 비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총학생회 투표율은 53.37%로, 타 대학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민 의장은 “다른 학교 대의원들은 우리 학교 투표가 과반 미달에 의한 연장투표 없이 당일에 끝나는 것을 신기해한다. 그런 점에서 학우들의 투표에 대한 의식이 타 학교보다 높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가 8월 1일부터 2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소녀상 설립 여론조사’에 응답한 학우도 1,168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학우들이 개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학내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 회장은 “RC프로그램 부실운영 등 학내 문제에 대해 학우들의 의견을 청취할 때마다 학우들의 관심도가 높은 편이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학우들의 참여를 지금보다 확대하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에서의 관심이 요구된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모여서 하는 동아리나 자치 활동에 학교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이를 통해 소통능력과 의사진행능력, 합의에 도달하는 능력을 기르면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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