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판 : 이대로 계속 소녀시대

  늘 금과옥조처럼 품고 지내는 문장이 있다. 바로 ‘누구나 마음속에 소녀시대 한 명은 있다’는 문장. 소.녀.시.대.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불러보면 묘하게 부끄럽기도 한 그 이름, 이번호에서 소녀시대를 이야기해보자.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명언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 명언은 소녀시대에게 적용하면 허언에 가깝다. 소녀시대는 항상 창대했으니까. 데뷔곡부터 모든 활동곡이 1위를 했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대상만 18회 거머쥐는 등 항상 최초의 최고의 길만 걸어온 그룹이다.
  소녀시대의 위대함에 대해서 논하자면 수상내역만 나열해도 원고를 모두 채울 수 있다. 소녀시대 각 멤버에 대해 이야기하노라면 논문 하나는 거뜬히 쓸 수 있기에 그런 허튼 짓은 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취준생이 되기까지 항상 우주최고그룹으로 빛나온 소녀시대의 음악과 성장으로 한정지어 말해보자.
  소녀시대의 10년은 어떤 맥락에서는 성장기이자 나를 찾는 여정 같다. 소녀시대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무엇을 깨고 나왔는지 읽어보자.

  2007~2010 : 사랑받고 싶은 수줍은 소녀 (소녀시대 / Kissing You / gee / oh!)
  이 시기 소녀시대는 전형적이었다.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거나 형형색색의 스키니진을 입고, 치어리더 복장을 하고 순수하고 두근거리는 첫사랑을 노래했다.
  <소녀시대>에서는 ‘어리다고 놀리 지말아요.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라고 노래했고(대체 왜 수줍어서 말도 못하는 걸까.) <Kissing You>에서는 ‘환한 웃음’만 주는 ‘여자친구를 약속’했다. 소녀시대의 영원한 메가히트곡 <gee>도 첫사랑에 빠져서 ‘깜짝깜짝 놀라’고 ‘반짝반짝 눈이 부셔’한다. <oh!>에서는 정점을 찍는데 ‘오오오오빠를 사랑해’라고 수도 없이 외친다.
  이 시기의 소녀시대는 그저 끝없이 사랑에 빠진 수줍은 소녀만을 묘사하고 오빠에 대한 찬미를 늘어놓는다.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2011~2014 :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를 빛내줄 선택 받은 너 (the boys / Mr.Mr)
  2011년 <the boys>로 돌아온 소녀시대는 중요한 도약을 한다. 수트를 입고 칼군무를 자랑한다. 이때부터 소녀시대는 ‘멋진 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the boys>에서는 ‘전 세계가 우리를 주목’한다고 선언한다. 처음으로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남성 또는 ‘너’를 다루는 방식도 달라진다. 나는 ‘지혜를 주는 아테나’라며 내가 이끌어 주겠다고 말한다. 더 이상 소녀시대의 너는 사랑에 빠져 찬미할 대상이 아닌 ‘멋진 나’를 통해 ‘성장할 대상’이다. 이 변화는 <Mr.Mr.>에서도 이어진다. ‘나를 빛내줄 선택 받은 자’가 너라고 말한다. 빛나는 주체가 나로 변한 것이다.

  2015~현재 : 이대로 계속 밤새도록 파티 타임 (party / holiday / ALL NIGHT)
  그리고 나를 찾은 소녀시대는 삶을 즐기기 시작한다. <party>는 ‘HEY GIRLS’라며 소녀들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녀들을 불러 모은 뒤 소녀시대는 ‘난 데킬라 넌 모히또’를 마시며 ‘이대로 계속 파티타임’이라고 외친다. 10주년을 기념하는 6집 앨범 <holiday>와 <ALL NIGHT>에서도 파티는 계속된다. ‘여기 너와 나 함께 즐기면 돼’라고 말하고 ‘밤새도록 웃고 놀자'고 외친다. 오빠의 사랑을 갈구하던 평면적인 소녀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빛나는 나를 찾은 소녀시대는 나를 위해 웃고 마시며 삶을 즐긴다. 완연한 성장이다.

  소녀시대가 주체적인 내가 되어 삶을 즐기기까지 꼭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이제 소녀시대는 새로운 전환점을 돌고 있다. 티파니와 수영, 서현이 SM엔터테인먼트를 나왔다. 해체는 아니지만 아마도 당분간 완전체로 소녀시대를 만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사랑에 빠진 소녀는 인생을 즐기는 여성이 됐다. 그리고 다시 도약한다. 그 멋진 삶을 응원한다.
 
  지금은 소녀시대! 앞으로도 소녀시대!
 영원히 소녀시대!
(다음호에서 만나요. 안녕-!)

곽효원 학우 /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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