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의 학교

  2009년 대전 모 여고에 입학한 1학년 8반 권사랑. 입학을 했는데 상위권 학생이 되어있었다. 중학교에 비해서 공부를 훨씬 못하는 학교였거든. 갑자기 달라진 나의 ‘지위’에 어리둥절했지만 뭐, 나쁘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 ‘상위권’ 애들을 불러모아 분위기를 잡더니 너넨 이제 ‘자습반’이야, 했다. 독립된 자습 공간도 주고. 우리를 (비교적) 신뢰하셨던 선생님들은 약간의 자율성을 줬다. 느슨한 감시 덕에 오히려 더 공부를 안 해도 될 수 있게 허락해준 숨통 같은 공간이 되었고, 우리 반이 아닌 애들과 또 다른 ‘반 친구’가 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통로가 되기도 했다. 주말마다 자습을 한답시고 모인 우리는 낄낄거리면서 학교 옆에 있던 언덕을 뛰어다니거나 짜장면을 시켜 먹거나, 눈이 오면 포대를 가지고 눈썰매도 타고(!) 노래방을 놀러 다녔다. 불을 켜고 끌 수 있었던 개인 독서대는 침대보다 가까운 숙박 장소였다. 속박 속 자유는 언제나 더 달았다.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그곳에 속해있던 나에게는 유쾌한 기억이 대부분이지만(갓 뽑아온 대나무로 매 맞은 거 빼고, 쌍욕 들은 거 빼고, 등수가 내려간 친구들은 책상을 빼야 했던 거 빼고, 성적에 따라서 어느 자리를 쓸 수 있는지 정해졌던 거 빼고, 끈끈한 친구들끼리도 모의고사를 보고 내신 성적을 확인할 때마다 경쟁자가 되어야 했던 거 빼고, 학교의 플래카드에 숫자를 하나 더할 수 있으니까 ‘일반’ 학생보다 더 중요한 학생 취급을 받았던 것 빼고, 그 안에 속해있지 못한 친구들에게는 열패감이나 열등감을 줬을지도 모르는 거 빼고)... 지금 생각해보면 빼야 할 게 너무 많다. 내가 12년 동안 거의 살다시피 했던 학교는 사실 감옥 같은 곳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이 들어가서 고통을 겪는.

BOSHU 에디터 권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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