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답인생

윤석준 수습기자/언론정보학과

  사람들은 내게 자주 묻곤 한다. “넌 꿈이 뭐니?” 그럼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기자”라고 답한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은 “요즘 사람들은 확연한 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물던데...”, “꿈이 확고하네요!”등과 같은 말을 남기곤 한다.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도 꿈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지만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부러움을 표현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기자가 꿈이었기 때문에 언론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같은 이유로 학생부의 기록들도 언론과 연관 지어 작성됐다.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에 그 동안의 기록들을 써내려 갈 때, 선생님께서는 내게 “무엇을 위해 이러한 활동을 했다라고 말하면 너무 수동적이지 않니? 너의 모든 활동들이 단지 한 가지의 목적만을 위해 이뤄진 것들은 아니지 않을까? 차라리 이러한 활동이 내게 이러한 깨달음을 주었다라고 서술한다면 다양한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네가 언론 쪽 진로를 생각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라고 말하셨다. 난 인생의 정답을 정하고 살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대학교를 지원할 때, 언론정보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단지 기자가 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들어오고 나니, 선배들은 대부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하고 있었다. 언론정보학을 이수하는 것만으로는 언론계 취업에 장점이 되기 힘들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전공도 함께 이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단지 기자가 되기 위해 과를 선택한 내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새내기이다 보니 많은 선배들과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 그 중, 한 선배와 먹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선배가 다른 후배에게 꿈에 대해 질문을 했다길래 나도 진지한 대화를 해보고 싶어 꿈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다. 그 때 선배의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
  “사실 꿈이라는 건 딱히 없고 그냥 다양한 활동들을 해오면서 경험을 쌓다보니 지금의 내가 됐다. 쌓아온 경험은 나를 성장시켰고 그러다보니 어떤 일이 주어져도 해낼 수 있다는 힘이 생겨 꿈에 대한 고민은 없다”
  그 말이 틀렸건 맞았건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올해를 살아가는 나의 모토가 ‘경험’인 것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서일 것이다.
  그러므로 꿈이 아직 없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선 경험들을 통해 꿈은 확실한 것이 아닌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을 향해 가는 길에 정답은 없다. 오직 다양성만이 있을 뿐이다. 요새 사람들은 한심한 사람을 보고 “참 노답이다”라고 말하곤 한다. 답이 없다라는 말이 막막하다, 답답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린 결말 같은 삶을 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YOLO(You Only Live Once)도 노답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노답은 결코 한심하거나 막막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답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답을 정해버린 채로 살아가기에는 우리의 청춘이 너무도 아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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