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판 : 다시 만난 우리의 '소녀시대'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언제까지나 너 함께하는 거야'

  소녀시대는 이렇게 등장했다.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앞에서 특별한 기적보단 ‘함께’를 말했다. 흔히 가수는 노래대로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소녀시대는 10년간 꾸준히 이뤄왔다. 

  많은 시간 동안 소녀시대는 여성혐오 (여성혐오는 hate가 아니라 misogyny) 의 상징이었다. 소녀시대가 소비되는 방식은 곧 미디어가 여성을 소비하는 법이었고, 한국사회가 가지는 여성을 향한 시각이었다.  

  '다시 만난 세계'는 가지고 있는 의미나 울림에도 불구하고, 치마입고 발차기 하는 모습만 소비됐다. 절도 있는 단체 군무, 지금도 회자되는 노래 가사, 9명이 쌓아올린 화음 등 노래 한 곡에 담긴 그 어떤 것보다 ‘속바지’만 남았다.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보다는 ‘어떻게 성적으로 소비할 수 있나’만 주목받았다.

  이는 '소원을 말해봐'에서 더욱 극대화 됐다. '소원을 말해봐' 무대에서 카메라는 비정상적으로 ‘가는’ 9명의 다리만 비췄다. 이후 미디어에서는 소녀시대의 가는 다리에 집착했다. 어떻게 하면 소녀시대 같은 다리를 만들 수 있는지 방송했다. ‘꿀벅지’라는 표현이 만들어지고 아름다운 다리 비율 따위가 전파됐다. 소녀시대는 지워졌고, 여성의 몸만 남아 조각조각 분해되고 소비됐다. 

  같은 맥락에서 소녀시대는 능동성을 잃었다. 2010년도까지 소녀시대 노래는 ‘수동적인 여성상’만 그렸다. 남성에게 사랑받길 원하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여성이 소녀시대가 묘사하는 여성의 전부였다. 메가히트송인 'gee' 에서는 ‘나는 몰라몰라하며 매일 그대만 그리죠’라고 노래했다. 'oh!'에서는 ‘오오오오빠를 사랑해’ 를 외쳤다. 소녀시대의 말하기에서 남성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예능에 나오는 소녀시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쁘고 착한 소녀 또는 밝고 명랑한 여동생으로 소비됐다. ‘꽃병풍’ 이라는 말도 유행했다. 분량은 없지만 예쁘다는 뜻이었다. 2009년 'gee'와 '소원을 말해봐'로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던 소녀시대는 단독 예능으로 '소녀시대의 헬로베이비'에 출연한다. 소녀시대는 아기를 잘 돌보는 ‘베스트맘’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예쁜 소녀가 좋은 엄마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현모양처 판타지 그 자체였다.  그리고 'The boys'가 나왔다. 소녀시대는 변화했다. 아니 진화했다는 말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다음호에 다시 만나요. 안녕~!) / 곽효원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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