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향한 그날의 뜨거웠던 열망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는 시위대 사진/6월 항쟁 공식홈페이지 제공

  1987년 6월 10일, 전국에서 전두환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범국민적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1979년 12·12사태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4·13호헌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통일민주당의 창당을 방해하는 등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억압하고 장기집권을 획책했다. 더불어 경찰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시위 중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국민들의 분노와

▲명동성당으로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시위대 사진/6월 항쟁 공식홈페이지 제공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증폭됐다. 20일 가량 국민저항운동이 대규모로 확산되자 전두환 정권은 시국수습을 위한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29일에는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의 이른바 '6·29선언'이라는 대통령 직선제개헌 시국수습특별선언이 발표됐다. 여·야합의에 의한 대통령 직선제개헌과 평화적 정부이양의 실현, 자유로운 출마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대통령선거법 개정, 김대중의 사면·복권 등을 주요 골자로 했다. 이에 혼란을 거듭하던 정국이 수습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유별나서, 정의감이 투철해서가 아니라 젊은이의 시대적 소명이었다”
 1987년도에 총학생회의 총무부장을 지내면서 충남대학교 학생운동을 지휘했던 이기영(경영) 동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987년 충남대학교 총학생회 총부부장을 지낸 이기영씨

  Q. 총학생회가 학생운동을 주도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A. 1987년도 총학생회가 구성되기 전에는 서클위주의 비밀 조직 학생운동이 성행했다. 1985년도 총선이후 학내 집회가 허용됨과 동시에 전두환 정권이 폐지한 총학생회가 부활하게 됐다. 학교의 공조직을 학생운동의 중심으로 만들고자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총학생회가 공개집회를 주도하게 됐다. ‘직선제투쟁본부’, ‘민주 청년 연합회’ 등과 연대해 집회를 이끌어나갔다.

  Q. 전국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우리 학교 학생집회 상황을 설명해달라.
  A. 6월 10일을 정점으로 20여 일 동안 전국적으로 확산된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우리 학교가 있었다. 6월 10일이 지난 후 혼란스러운 학교분위기 속에서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판단에 총학생회에서 단과대별 시험 거부 집회를 계획했다. 총학생회 측은 학내 집회 후 해산을 계획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숫자인 약 2천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동참했고,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열을 이뤄 ‘학교 밖으로 나가자!’고 외쳤다. 그 당시 학교 내 집회를 제외한 집회는 불법 시위였다. 그러나 2천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 도로를 점거하며 시내로 진출하는 것을 예상치 못한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길을 내 주었다. 이후 집회세력과 하교하는 학생들, 시민들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열성참가자, 방관자, 보행자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규모는 점점 커졌다. 약1만 명의 인원이 결집하게 됐다. 충남대학교 시험 거부 집회에서 시작된 1만 명의 독재타도 행진은 각 지역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이로써 전국으로 확대된 6월 민주항쟁은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확립에 기여를 했다. 당시 ‘6·29선언’이후에 총학생회장과 총무부장, 투쟁위원장은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됐었다.

  Q.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 같은가.
  A. 그 시대는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꺼낼 수 없던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학생운동을 한다는 것은 인생이 걸린 결정이었다.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유별나거나 정의감이 투철해서가 아니다. 현실의 부조리함을 알고 외면할 수 없었던 양심을 실천하는 것이 그 시대 젊은이들의 시대적 소명이었기 때문이다. 청춘, 젊다는 것은 어깨가 튼튼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역사의 무게는 청춘이 짊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30년 전의 나는 도전했고,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Q.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과거의 상황과 현재의 시대적 상황이 다르다. 지혜롭지 못했던 우리 세대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야기했다. 실패를 알려주지 않는 어른들로 인해 청년들은 경쟁사회에 내던져진다. 청년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야 한다. 청춘은 좌절, 고통, 실패로부터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청년시절의 경험이 앞으로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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