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밝힌다는 것

  자신의 비밀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것. 누구에게나 무섭고, 떨리고, 고민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부담은 성소수자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딜레마에 빠진 적이 있다. 정체성을 숨기면서 지금 이 상태로 지낼 것인가, 정체성을 드러내고 숨기는 것 없이 지낼 것인가. ‘친구’ 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큰 무언가를 숨긴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지만 정체성을 드러냄으로서 그 친구와의 단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동시에 존재했다. 두 감정을 저울질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쳐갔고, 약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친구에게 말했었다. 내가 그 성소수자라고. 그리고 난 아직도 친구의 대답을 잊지 못한다.

  “나랑 친해지기 전에도 그랬어?”
  “응”
  “뭐야, 똑같잖아”

  이번 17학번 신입생 중에서도 성소수자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면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해주고 싶은 말은 하나다.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너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밝히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이상한 것이 아니며 그것으로 인해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친구의 정체성을 알고 난 뒤 관계를 단절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성소수자라는 프레임이 걸려서 나를 싫어했다면, 프레임으로 퇴색되는 정도로 나를 친구로 생각했던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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