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넘기며

곽효원 편집국장

  여기 확성기가 있습니다. 확성기는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확성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위로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계단도, 사다리도 변변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확성기가 닿기 어려운 곳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손만 뻗으면 되는 곳에, 누군가는 두어 발짝 걸으면 닿는 곳에 확성기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확성기를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합 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못내 주워 삼켜야만 합니다. 그들에게 확성기로 가는 길은 유난히 어둡고, 가파르고, 좁기만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너는 그 길로 가서는 안 된다. 그것은 가치 없는 이야기라며 확성기로 향하는 길을 막아섭니다.   이곳은 우리의 공간, 충남대학교입니다. 우리 학교에서 소통은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학생, 교수, 교직원이라는 세 집단은 권력의 차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학생은 제3순위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권력 차는 소통의 도구 차이에서 드러납니다. 교수와 교직원은 구성원 전체에게 메일을 보내서, 또는 문자를 보내서 각종 공지와 설명회, 회의를 통해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내 전반의 운영과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 개인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렵기만 합니다. 학내 운영 논의는 고사하고 불편 하나 제기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저희 업무 소관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전화를 돌리는 교직원을 상대해야 합니다. 혹시나 돌아올 불이익에 겁을 먹은 상태로 교수 평가에 한 줄을 남겨합니다. 그렇게 해도 학생의 의견은 ‘멋 모르고 하는 이야기’로 치부됩니다. 아무런 시도도, 변화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무시되기 쉬운 학생 개개인을 대변하고자 학생 사회 내에는 수많은 장(長)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 (長)은 제 역할을 잊은 것 같습니다. 장(長)은 일반 학생과는 다른 권력 계급이 됐습니다. 장(長)은 학생 대변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잊고 움켜진 권력을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지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 학생 개인의 소리는 자꾸만 작아집니다. 그 중에서도 더 낮고 어두운 곳에 위치한 소수집단들의 목소리는 삭제되고 있습니다. 여성 학우, 성소 수자 학우, 장애 학우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없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충남대학교라는 공간에 여성은, 성소수자는, 장애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지난 1년간 충대신문은 학내 모든 소수자와 약자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소통이 부재한 학내 문제점을 비판했고, 성소수자 동아리 연재를 이어갔으며 학내 여성혐오 문화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학우를 대변하고 소수집단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습니다. 충대신문으로 하여금 약자와 소수자의 이야기가 확성기가 돼 울려 퍼지길 소원했습니다.  어두운 밤은 물러가고 다시 아침이 오고 있습니다. 항상 그래왔듯 충대신문은 2017년에도 우리의 공간이 모두가 말할 수 있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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