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학선거 개표과정에서 많은 의견충돌이 있었다. 당시 한 선거관리위원은 “후보자들이 해당된 단과대를 제외하고 투표가 진행되는 것이 진짜 중립적인 선거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중립적이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하려는 선의를 가지고 말했겠으나, 지나치게 ‘공정’과 ‘중립’에 집착해서 기본적인 학우들의 권리까지 매도할 수 있는 언행을 보여줬다.
  대통령과 측근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수많은 언론들이 날마다 특종을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MBC는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MBC는 지난 11월 12일 촛불집회 당시 모욕과 냉대를 받으며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다. 연일 특종을 보도하는 JTBC의 <뉴스룸>은 지연방송에도 7%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MBC의 메인 뉴스인 <뉴스 데스크>의 시청률은 4%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MBC 이사회는 대책회의에서 “다른 방송에 비해 건전성을 유지하고 주어진 여건에서 공정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의 마지막 신문을 발행하면서, 활동을 시작한 지난 1월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기자는 최대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기계적 중립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중립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선거관리위원은 맹목적으로 중립에만 신경 쓰면서 학우들의 선거권이 침해받을 수 있는 발언을 했고, 과거 권력을 매섭게 비판하는 언론으로 칭송받던 MBC는 이제 청와대의 홍보 대행사가 됐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공정방송’으로써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보도를 한다고 주장한다.
  ‘중립’이라는 표현은 어느 상황에서나 바람직하고 올바른 가치인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일부는 ‘중립’의 뒤에 숨어서 본질을 왜곡하고 논점을 흐리는 비겁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아니하고 공정하게 처신한다'는 중립의 의미가 퇴색되고, 이제는 양비론의 근거가 되기 위해 사용된다. 자기 진영의 잘못을 덮기 위해 상대방의 주장을 편향적이라고 일삼는 곳에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중립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한다.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사유하고, 자기만의 가치관을 성립하고 난 후에야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다. 역설적이게 지극히 주관적이어야만 중립적으로 문제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섣부르게 생각하고 판단했던 기자의 행실을 되돌아보면서, 중립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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