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불급

  사랑을 할 때는 중용의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지만, 불광불급이라는 말도 있다. 본래 사랑은 광기의 속성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서 의식적으로 완급조절하기가 힘들다. 사랑은 정신병과 비슷하다. 성실하게 유지해온 일상생활을 스스로 파괴한다.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거나 애초에 보이지가 않고, 현실 따위 어떻게 돌아가든 신경쓰지 않는다. 스스로가 미쳐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다. 다양한 객관적 현상들이 새롭게 보이거나 사랑의 형태로 왜곡된다. 익숙했던 풍경이 낯설게 보이는데 예를 들어 구름이 하트모양으로 바뀌는 정도? 또한 미친 사랑의 언어만 내뱉는다. 널 위해 저 하늘의 별도 따다줄 수 있어 라든지,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라든지, 너랑 결혼하고 싶어 라든지. 이렇게 사랑을 하려면 미친놈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주변에서 미친소리를 몇번 들어야 사랑하고 있다고 인식되어 진다. 미친놈이 될 용기가 없다면 사랑을 제대로 맛보기 힘들다. 다만, 광기가 사랑이 되지 못하고, 사랑이 광기가 되면 안된다. 사랑에 광기의 속성을 담아야 되지, 사랑과 광기가 수평적인 위치에 놓이거나 그 이상이라면 집착이다. 미친놈처럼 사랑해야 되지만 싸이코(psycho)처럼 사랑하면 안되는 것이다.
 

  순간에 영원을 담아

  영화 love me if you dare 마지막에는 순간을 영원히 박제시키는 모습이 나온다. 아직 굳지 않은 시멘트 속에 들어가 서로 입맞춤하고 껴안은 채 시멘트와 같이 굳어간다. 그 누구도 고귀한 포옹을 해체시킬 수 없다. 시간마저 어쩔 도리가 없다. 시멘트와 같이 순간도 굳었으며 그들은 영원한 사랑의 죽음을 택했으니까. 시간의 풍화작용에 순간은 훼손된다. 공기에 노출된 피부가 산화되듯이 순간도 시간에 노출되어 본래의 형태가 손상된다. 영원한 순간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모순적이게도 행복한 순간에 영속을 담는다. 순간의 미학에서 얻은 추진력으로 가슴 벅차 올라 구름 위에 영원히 머무르길 원한다. 순간은 일시적이기에 정상에 올라가는 연료공급은 무한하지 않는다. 쏘아 올린 화살이 힘이 다해 추락하는 것처럼 다시 시간이라는 급류에 빠져들어 흘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간의 속성을 망각한 채 희망한다. 매 순간 행복해지고, 사랑이 영원하기를.

  에코백 속 작은 주머니

  '그대'가 만들어 준 에코백 감사해요. 영원히 간직하고 당신의 정성 매일 매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자랑할 거예요. 그런데 더욱 고마운 것이 있어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에코백 속 작은 주머니예요. 유일하게 손 바느질한 그 작은 주머니요. 삐뚤빼뚤한 박음질이 너무 귀여워요. 아이가 그린 가족 그림 같아요. 서툴지만 굉장히 흐뭇해요. 그런데, 손바느질 때문에 고마운 게 아니에요. 항상 '그대'와 버스 탈 때마다 가방 속 카드를 못 찾아 허둥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잖아요. '그대'는 말은 안 했지만 작은 주머니는 서툰 내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카드를 못 찾아 조급해하고 불안해하지 말라는, 불편함을 없애준 배려. 선물을 받았을 때는 하염없이 기뻤지만 주머니를 봤을 때는 하염없이 울었어요. '그대'는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아요. 나를 위한 선물, 고마워요. 나를 위한 배려, 감사해요.                     

김경환(의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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