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시뮬레이션

 

곽효원 편집국장

  학교 홈페이지를 찾았다. 상단 메뉴 총장실이라고 적힌 상단 바 아래의 인사말에 들어갔다. 자부심 있는 학교 소개말이 나타났다. “대학구성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지역의 발전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지역과 함께 세계로 도약해 나가는 대한민국 대표대학, 그곳이 바로 충남대학교입니다.”
  오덕성 총장은 CNU포럼, 단대별 의견수렴 정례화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소통’을 강조했다. 충대신문과의 인터뷰(2016.03.07/1110호)에서도 “같이 가기 위해서는 집행부가 자세를 낮춰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집행부는 권위적인 모습들이 있었다”며 학내 불통을 해소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학내 소통 결핍은 현재 진행형이다.
  학내 소통 결핍, 특히 학교와 학우들 사이의 불통은 세 단계를 통해 완성된다.
  STEP1. 모든 학내 사안은 ‘학교가 하는 것이니 학교를 위한 것이다’라는 명분에서 시작된다. 명분 아래에 학우들은 학우들과 밀접히 연관된 사안에서도 배제된다. 이번 학생생활관 Anti-Passback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학생생활관을 안전한 생활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시행 예고한 Anti-Passback 제도는 사생들과의 소통은 없이 결정돼 사생들의 반발을 낳았다.
  STEP2. 두 번째 단계는 학우들의 문제 제기에 대한 대응이다. 보통 두 가지의 대응으로 나뉜다. “학생들이 뭘 안다고”, “다 학생들을 위해서 하는 거야”라며 '윽박지르기' 또는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회피하기'다. 윽박지르기는 주로 교육과 관련 사안일 때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진로설계2가 있다. 학우들의 의견을 참고하기보다는 ‘학생들을 위해 전문가들이 하는 건데 왜 불만이야!’라는 식의 대응이 많다. 회피하기는 앞서 등장한 학생생활관 Anti-Passback 제도에서 나타났다. 문제가 제기되자 학생생활관은 Anti-Passback 제도를 잠정 보류했다.
  STEP3. 마지막 단계는 2단계를 건너뛰고 나타나기도 한다. 학생들은 “알 필요가 없다”는 “공고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배제하기’다. 학내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만 학우들은 알아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예산절감계획에서 나타난다. 예산절감계획으로 실험실습비가 절감됐으며 정상화는 불가능하지만 학우들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학우들을 학내 사안에서 완전히 배제시키는 마지막 단계인 것이다.
  불통의 세 단계를 보면 학우들을 대하는 학교의 태도는 마치 왕이 시혜를 내리는 것 같다. 학우들을 소통하고 협력할 동등한 학내구성원으로 인지하지 않는 것이다. 학교가 학우들을 학내구성원이 아닌 베풀어 주는 은혜에 감사해야할 존재로만 바라보니 학우들의 문제 제기는 늘 무시되기 마련이다. 권위적인 구조 속에서 소통이 제대로 될 리는 만무하다. 그러니 항상 소통은 닫힌 문이다.
  학우들은 소통하지 않아도 되는, 무시해도 괜찮은 존재가 아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마저 당연하게 학우들이 배제된다면, 앞으로 우리 청년들이 사회의 어떤 공간에서 존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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