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김봉준 수습기자

  소음을 내며 도는 선풍기와 컴퓨터의 열기로 후끈한 좁은 방, 이곳에서 기자의 첫 기사는 써 내려져갔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흥분으로 가득했던 3월부터 지금까지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학교 시험부터 신문사 일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렇게 다사다난한 1학기가 지나고, 무더운 여름 방학을 거쳐 쓴 첫 기사 주제는 단톡방 성희롱이었다. ‘혹시 우리 학교에도 단톡방 성희롱이 있을까’ 하고 제보글을 올렸다. 하지만 제보가 없었다. 내심 다행이었다. 그러던 중 제보 글도 다시 확인할 겸 충대신문 sns 페이지에 들어갔다. 근데 제보글의 ‘좋아요’가 10개나 되고 약 1000명의 학우가 읽었다는 통계가 보였다. 술주정부리는 사진으로 ‘좋아요’를 100개 받는 것보다 더 부끄러웠고 어디든 숨고 싶었다.
  물론 이러한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은 기자의 투철한 취재정신에 대한 응원이라기보단, 단순히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이런 많은 관심에 성희롱 단톡방이라는 주제가 과연 이렇게 가볍게 써도 되는 주제인지 회의가 밀려왔다. 왜냐하면 솔직히 ‘대한민국에 만연한 성희롱 문화를 파헤치자!’라는 담대한 포부로 시작한 취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 이런 주제가 요즘 화제구나!’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취재였기에 기자는 마음이 참 무거웠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기자가 자신의 첫 기사에 더욱 집중하고, 모든 신경이 오로지 취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던 것 같다. 처음에는 거절이 두려워 주저하던 인터뷰 요청이었는데,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최대한 용기있게 전화를 걸었다. 윤곽도 없던 몇 천 바이트의 글자들을 하나씩 나열하며 글을 만들었다. 나름 열심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보기에도 사실 기사는 엉성하고 빈틈이 많다.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못마땅하고 얼기설기 엮은 누더기 같다. 많은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이 기사에 최선을 다했고, 오로지 기사에 집중한 취재기간이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두고 싶다.
  오늘 배포된 1117호 충대신문은 기사가 쓰이던 후끈한 기자의 방 한쪽 벽에 장식될 것이다. 이번 기사는 무거운 죄책감으로 열과 성을 다한 기자만의 고운 누더기다. 앞으로 독자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쓸 것이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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