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대학 국제화 추진의 문제점

현재 우리 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생활관 앞 전광판

 지난 2012년, 정부는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20만 명까지 유치하겠다는 ‘Study Korea 2020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여, 국제사회에서 한국 대학의 위상을 제고하겠다고 다짐했다. 법무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2월을 기준으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이 10만 명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의 공시에 따르면 2015년, 우리 학교에 977명의 외국인이 재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지면서 캠퍼스 안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은 흔한 일상이다. 하지만 일부 학우들은 마냥 반길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유학생  역량 평가의 허점
 현재 교양수업에서 조별과제를 진행하는 A 학우는 “조원이 5명인데 그 중 3명이 중국인 유학생이고 나를 포함한 2명이 한국인이다. 토론을 할 때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항상 토론을 진행할 때 마다 유학생들은 ‘따라서 간다’며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일반 수업 성적 평가에 대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A 학우는 “이번 학기 조별과제를 하면서 대부분의 활동을 내가 주도했지만, 조별과제이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은 유학생 학우들과 같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며 “내가 한 일이나 활동에 참여한 정도, 과제에 기여한 정도 등 모든 면에서 평가를 할 때, 유학생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조건으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의 성적을 요구하는 외국인 유학생 역량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8개 지표 중 6개를 선택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제로 학우들이 체감하기엔 많은 유학생들과 의사소통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현재 우리 학교 유학생의 언어능력충족학생비율은 27.47%로 전국 평균(32.8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허울뿐인 유학생 관리와 역차별
 유학생인 B 학우는 “교수님들과 친해지고 싶었지만, 미래설계상담을 하면서 교수님과 밥만 먹고 끝났다”고 말했다. 또, B 학우는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빼면 한국인 학생들과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적응을 돕기 위한 방법이 부족해 유학생들 역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학교생활에 적응을 돕기 위한 유학생과 재학생간의 교류 기회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외국인 유학생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조별수업과 팀 과제를 하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교류의 기회가 적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의 부재로 이어지고, 결국 유학생들이 적응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장학금 수혜에 있어서도 외국인과 내국인의 차이가 드러난다. 일반 재학생의 경우 성적장학금을 받기 위해선 직전학기 3.25이상의 학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외국인 재학생의 경우엔 2.25이상의 학점만을 요구한다. 물론 외국인 유학생이 받는 장학금은 C급이고, 내국인 재학생이 받는 C급 장학금도 2.25가 기준이지만, 유학생에게 관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런 기준이 공평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무리한 국제화 지수 높이기
 현재 많은 대학들은 무리하게 유학생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대학평가’와 국내 언론사에서 시행하는 대학평가는 외국인 유학생 비율, 외국인 교원 비율 등을 척도로 측정하는 ‘국제화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Study Korea 2020 프로젝트’가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사업의 규모가 확대됐고, 예산도 증액됐다. 국제화 지표를 높이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대학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오늘 날 ‘10만 유학생’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은 단순히 많은 유학생 확보를 위해 학습 역량과 한국어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유학생들도 유치한다. 역량이 부족한 유학생들은 입학 후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문제는 지방대학과 사립대학에서 더 두드러진다. 2014년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 비율은 평균 3.82%이다. 유학생 중도탈락 비율이 평균 이상인 77개 대학 중, 10곳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모두 지방에 위치하며, 13곳을 제외하면 사립대학에 해당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수도권 대학과 지방의 인프라 격차에서 비롯됐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국제화 지표는 대학들의 현실적인 요건을 고려하지 못한 평가 기준”이라며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에 대한 투자의 규모가 다르다. 수도권의 경쟁력 높은 대학은 자체적인 재원으로 외국인 교원이나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일 수 있지만, 지방 대학의 경우에는 정부의 지원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김 연구원은 “예산은 적게 주면서 외국인 교원과 유학생을 유치하라고 하면 지방대학에선 난처한 입장이다”라고 말하며 “지방과 수도권이 현실적인 요건을 고려하지 않은 ‘국제화 지표’는 결국 지방과 수도권대학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교육의 질’을 끌어올려야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들은 우리나라 학우들이 원하는 교육 수준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또, 김 연구원은 “외국인 학우들이 미국이나 유럽, 다른 나라의 대학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 수준이 뒤처지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에서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 유학생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 유학생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경제상황이 좋아지면서,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 호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세계의 대학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단순히 유학생의 양적 확보가 아닌 우수한 인적자원을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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