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적체 현상의 원인과 문제점

  

지난 1월 27일,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올해 첫 징병검사가 실시됐다. 출저 포커스뉴스.

 장소는 병무청 신체검사장. 시력이 안 좋은 남자가 시력 검사에 앞서 검사판을 외우고 있다. 그러나 검사 담당관은 남자가 외운 순서와 상관없이 검사판을 가리킨다. 남자는 연달아 틀리다가 힘차게 “꼭 가고 싶습니다!”라고 소리친다.
  이는 한 제약회사가 2003년 제작한 광고 CF의 내용이다. 해당 광고의 “꼭 가고 싶다”는 말은 당시 유행어가 됐다. 그러나 최근 20대 청년들에게 다시 이 광고 카피가 회자된다. ‘입영적체’ 현상으로 인해 군대를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군대도 ‘재수 시대’
 작년 입영 대기자 수가 5만 2천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7만 6천명, 내년엔 9만 3천명의 대기자가 예상된다. 한국국방연구원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2022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입영 경쟁률도 이를 증명한다. 공군과 카투사의 경쟁률은 무려 10대 1에 가깝고, 의무경찰은 20대 1까지 벌어졌다. 또한 복학이 용이한 2~5월에는 지원자의 무려 84%가 입영에 탈락하기도 했다.
 또한 작년 병무청 병무민원상담소에는 입영적체 관련 민원만 하루 평균 1500건이 밀려왔다. 같은 해 국민신문고에도 이와 관련한 민원이 4000여건에 달했다. 그야말로 ‘입영대란’이다.
 우리 학교 군사학부 조남인 교수는 “정부와 국방부가 병무 행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입영적체 현상을 완벽히 해소하는 데 많은 시간적·물리적 요소들이 산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세 남자 최대 인구, 조기 입대 경향…군대 문 턱 높였다
 입영적체의 원인으로 20세 남자인구 변화가 꼽힌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20세 남자인구는 최대 규모인데 반해, 군 인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올해 현역병 가용 자원은 31만 6천 명, 군에서 필요한 현역병은 29만 2천명이다. 결국 2만 4천명의 잉여 자원이 생긴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조남인 교수는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국방부는 향후 10년 동안 대략 11만 명의 군 병력 감축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병력이 매년 2만 명씩 감축됐다. 감축 정책은 인구 변화의 추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수”라고 말했다. 또한 조남인 교수는 “1991년부터 1995년 출생자가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다른 해의 출생자보다 무려 3∼4만 명 많다. 때문에 입영적체 현상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무청은 올해 입영적체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병무청 A 관계자는 “입영적체 현상은 공급·수요의 불일치로 인해 유발됐다.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감축한 현역병 규모를 늘리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A 관계자는 “관련 기관 협의를 통해 올해 1만 명, 내년 1만 명 현역병을 추가 모집한다. 또 제도 개선을 통해 사회복무요원 비율도 늘렸다”고 덧붙였다.
 취업난으로 인해 조기 입대자가 증가한 것도 입영적체의 원인이다. 올해 2월 청년실업률은 1999년 이후 최고치인 12.5%를 기록했다. 또한 2014년 입대자 27만 명 중 대학교 1·2학년은 20만 명으로 전체 입영 대학생의 약 74%에 달했다. 군대를 서둘러 다녀와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쌓고 학업의 연속성을 높이려는 풍토가 입영적체를 부추긴 셈이다.  
 조남인 교수는 “청년실업률이 10%를 상회해 취업난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일단 군대부터 가고보자’는 심리현상도 적체 현상 조장에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밀리터리 고시생’들의 목소리
 입영적체 현상은 20대 초반 청년들의 ‘진로계획에 차질’을 초래한다. 휴학 후 입대에 실패하면 그만큼의 학업 공백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학업 외 아르바이트, 스펙 쌓기, 취업 계획 등에도  차질이 생긴다.
 김준식(선박해양·2) 학우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약 10번 가량 지원했다. 전부 1차 합격도 못해 상심이 컸다”며 “주위 친구들도 한 번에 가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준식 학우는 “1차 서류에서 봉사 및 성적을 본다. 병역을 ‘국민의 의무’로 알고 있지만 대학 입시만큼 입대가 어렵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준식 학우는 2학년 1학기 개강 전 입대하는 계획에 차질이 생겨 상황이 난처해졌다. 전공과목 수강이 많아지는 2학년 전 입대해 학업 단절을 방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김 학우는 “1학년 때 한 학기 당 전공 수업은 2개 정도다. 그런데 2학년부터는 5개의 전공 수업을 소화해야 한다”며 “과 특성상 늦은 입대로 인해 학업이 단절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밭대학교 재학생 김성진(21·유천동) 씨는 작년 6월 입대 계획을 세웠으나 좌절됐다. 김 씨는 입영실패 8번 만에 올해 4월 입대가 확정됐다. 그러나 입영 날짜가 확정되기 전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김 씨는 “공대생으로서 기획공모전은 특히 중요하다. 모 기업의 기획공모전이 작년 1학기 초 한 달간 신청을 받았다. 6월 입대 시 팀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신청을 포기했다. 그런데 입영을 못해 중요한 기회를 잃었다”고 토로했다.
 4월에 입대가 확정된 우리학교 2학년 A 학우는 입영적체로 인해 학업 공백 피해를 봤다. A학우는 기술행정병으로 작년 10월에 입대를 계획했다. 작년 2학기 휴학 후 여름부터 지원했으나 계속 떨어졌다. A학우는 “당연히 작년 안에는 갈 줄 알았다. 그래서 2학기를 휴학 한 것”이라며 “결국 아무 일도 없이 학업 공백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A학우는 “휴학 기간 내내 공부나 아르바이트도 못했다. 사실상 군대가 청년들의 앞길을 막는 셈”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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