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충대신문 사회
시사사자(3)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성진우 기자 | 승인 2016.03.21 11:02|(1111호)

누란지세(累卵之勢)

 포개어 놓은 알의 형태, 즉 몹시 위험한 형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사자성어 [여러 누, 알 란, 갈지, 형세 세]

 한때 사각형 블록으로 쌓은 탑에서 블록을 하나씩 빼는 보드게임 ‘젠가’가 유행했다. 젠가는 결국 탑이 무너지는 순간 게임의 승패가 결정된다. 하물며 사각형 블록으로 쌓은 탑도 쓰러지는 데, 둥근 알을 포개어 놓은 상태는 더 위태롭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를 ‘누란지세’라고 표현한다. 현재 국회에는 이 사자성어에 가장 적합한 상황에 처한 인물이 있다. 바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다.
 “김무성(대표)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XX. (비박계)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 버리려 한 거야” 
 이 충격적인 말은 지난 8일 공개된 윤상현 의원의 통화 녹취록 일부다. 윤상현 의원은 만취 상태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했고 그 내용이 녹취돼 유출됐다. 공개된 내용은 비박계와 김무성 대표를 향한다. 새누리당 내 공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이 있다는 신호다.
 윤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계 핵심의원이다. 사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정도로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그런 윤 의원 녹취록의 내용을 보면 공천에서 비박계를 배제시키기 위한 압력 존재에 대해 의심이 커진다. 또한 윤 의원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통화 상대가 만약 새누리당 공천위원회와 연관이 된 인물이라면 공천 과정에 윤 의원이 개입한 셈이 된다. 이는 새누리당 공천이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발등에 불똥 떨어진 건 역시 윤상현 의원 본인이다. 녹취록 유출 당일 윤상현 의원은 김무성 대표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당대표실을 찾았지만 김 대표는 면담을 거절했다. 또한 윤 의원 지역구 인천 남구 주민들도 총선 불출마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한 주민은 윤 의원 의원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윤상현 의원을 인천 남구 을 지역구 공천에서 배제시켰다. 2선 의원인 윤 의원은 무소속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주민들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다.
 이번 녹취록 파문에서 진정 누란지세에 있는 건 윤 의원이 아닌 ‘대한민국 정치’라는 생각이 든다. 매번 총선 때마다 여러 의원들이 의정 활동, 능력이 아닌 계파주의 논리에 따라 ‘공천 학살’을 당한다. 또한 상향식 공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데 반해 실제 당내 공천 과정을 보면 지금이나 10년 전이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것은 여·야당 모두 해당된다.
 총선이 3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윤 의원 녹취록을 비롯해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각 당 공천 결과는 당장 쓰러질 듯 위태롭게 흔들리는 한국 정치의 단면을 보여준다.

 

성진우 기자  politpeter@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305-764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학로 99  |  대표전화 : 042)821-6141  |  팩스 : 042)821-72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형권
사장 : 오덕성  |  편집인/주간 : 이형권  |  충대신문편집국장 : 구나현  |  충대포스트편집국장 : 손지은  |  충대방송편성국장 : 김선웅
Copyright © 2011-2019 충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