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근혜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교각살우(矯角殺牛)

  소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작은 흠이나 결점을 고치려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것을 이르는 사자성어 [바로잡을 교, 뿔 각, 죽일 살, 소 우]

   ‘교각살우’라는 사자성어를 속담으로 풀어쓰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가 적합하다. 남북 대치 국면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남과 북의 두 지도자는 모두 교각살우의 상황에 처했다. 남북 지도자들이 서로를 빈대 잡으려 할수록 한반도 평화라는 초가삼간은 점차 타들어간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월 초 4차 핵실험을 승인했다. 그리고 뒤이어 지난 2월 7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를 감행했다. 핵실험으로 인해 국제비난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 보란 듯이 국제법을 어기고 로켓을 발사한 것이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으로만 응수하지 않았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후 단 3일 만인 2월 10일, 2000년부터 가동돼 남북평화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개성공단 중단은 시작에 불가하다”며 더욱 강력한 제재가 있을 것을 예고했다.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촉발된 예상치 못한 개성공단 폐쇄에 북한은 적잖히 당황한 모양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대치 상황이 있었지만 개성공단만큼은 유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F-22랩터 스텔스기의 국내 상륙 등 미국과의 공조 하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과연 연이은 도발로 얻으려 했던 유리한 상황들을 얻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몰린다.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가 입는 피해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우선 개성공단 건설로 인해 약 15km 후퇴한 북한의 포병대대가 다시 전진하면 우리나라의 안보 부담이 커진다. 또 폐쇄가 급하게 결정돼 입주 기업들의 재고 물품, 부동산 등의 재산이 고스란히 북한 당국으로 넘어가는 경제적 피해가 유발됐다. 무엇보다도 남북의 평화적 교류라는 정치적 상징이 사라지면서 통일은 더욱 멀어졌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 여파에 국정 지지율도 하락한 상태다.
   남북의 두 지도자가 취한 행동은 공동 목표인 남북통일과 대치된다. 오히려 서로에게 더 피해를 주려고 극단의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교각살우와 정반대되는 의미로 ‘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 죽은 것만 시원하다(비록 손해는 보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어서 통쾌하다는 뜻)’는 속담이 있다. 만약 두 지도자가 이처럼 자신들의 처지가 교각살우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면 양국 국민들이 떠안게 되는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남북 지도자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지금까지 쌓아온 평화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