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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억압받는 집회, 퇴행하는 민주주의
곽효원 기자 | 승인 2016.01.04 15:41|(1108호)

 

   
▲ 3차 대전 민중총궐기 당시 집회 모습

   # A 학우는 1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 주최 측이 이야기하는 11가지 의제에 대해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고 정부에 논의를 요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A 학우는 광화문에서 대치가 시작됐다는 말을 듣고, 1차 집회 장소에서 뛰어서 광화문으로 향했다. 대치 시간이 길어지자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가기 위해 차벽을 끌어내리려고 했다. 차벽에 줄을 연결해 당기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A 학우는 물대포에 맞아 넘어지는 시민을 사람들이 끌어내 앰뷸런스로 이동시키는 일련의 과정에서 물대포가 멈추지 않고 쫓아가 시민들을 쏘는 걸 목격했다. A 학우는 앰뷸런스마저 공격당하자, 놀랍고 기가 찼다. A 학우는 시위대 앞쪽에 서 있었는데, 캡사이신 때문에 눈도 많이 따갑고 기침도 계속 나왔다. 시위 내내 경찰과의 살벌한 대치 때문에 긴장된 상태였다.

   # 김도경(정치외교·1) 학우는 2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 1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보고 왜 사람들이 모여서 시위를 하는지,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청 앞 광장에서 1시간 반 정도 집회를 가졌고 4시 반부터 대학로까지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거리 행진 도중에도 시민들이 계속 합류했다.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 연인, 교복을 입고 온 중고생과 대학생 등 일반 시민들이 많이 보였다. 복면시위 금지법 논란 때문인지 가면 쓴 시민들이 보였고, 마스크 팩을 하고 온 시민도 있었다. 거리에서 시민들이 시위대에 응원을 하기도 했다. 대학로에 도착한 뒤 촛불시위를 한 후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자진 해산했다.

  대의제의 빈 공간 메우는, 집회
  집회는 다중이 모여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는 행위를 말한다. 헌법에서는 표현의 자유로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언론과 출판은 상대적으로 일반 시민이 표현의 통로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들은 미디어에 접근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집회가 다수로써 힘을 발휘하는 표현의 수단인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와 같이 불평등 사회, 권력이 불균등하게 배분된 사회 또는 언론이 보편화돼 있지 않은 사회에서 집회는 대중들이 자기 의사를 정치영역에 투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시민들의 표현 수단인 집회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주요하다. 민주주의 자체가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상희 교수는 “민주주의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사가 정치적 영역에 잘 반영돼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틀이 된다”고 말했다. 집회와 시위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만이 아닌,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 제도라는 것이다. 또한 대의제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는 대의과정에서 간과되기 쉬운 소수자의 의견을 표출하고 정치과정에 투입할 수 있게 한다. 집회가 대의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적 제도가 미비할수록 집회나 시위는 보다 빈번하게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 의견 개진이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한국 사회는 대통령 직선제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민주적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며 “네덜란드의 경우 대규모 국책사업을 할 때 반드시 지역 주민에게 물어보며, 미국은 대통령령을 만들 때 그 규율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제도가 미비하다”고 말했다.
  집회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개인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불편함이 야기되며 분쟁을 가져온다.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물리력이 생기고, 공간을 점령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생활영역이 겹치는 부분에서 마찰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는 최대한 보장될 때 보다 민주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 한상희 교수는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 소음, 교통 방해 등을 참아야한다는 헌법의 명령”이라며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회가 어떤 지역의 평온을 깰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권력이 집회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합법 집회가 아닌 평화적 집회
  그러나 모든 집회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평화적 집회’만 보장돼야 한다. 이 때 ‘평화적’이라는 의미는 아무런 충돌이 없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다수가 모이기 때문에 나오는 폭력 역시 포함하는 게 평화의 개념이다. 세계 헌법재판기관 협의체인 ‘베니스 위원회’가 2010년에 발표한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관한 지침’을 보면 ‘평화적이라는 표현은 성가시거나 기분이 나쁘게 하는 행위, 심지어 제3자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방해·훼방·차단하는 행위까지도 포함시켜 해석돼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한상희 교수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가장 큰 이유가 폭력이기 때문에,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은 폭력이란 개념을 가장 좁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합법 집회’가 아닌 ‘평화적 집회’가 집회를 보장해야 하는 기준으로 나타났을까. 이는 ‘불법 집회’를 근거로 국가 권력이 집회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민 변호사는 “정부의 판단에 의해 불법 집회가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집회는 보장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화적 집회를 보장 기준으로 삼는 것은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한 불법적인 집회라 할지라도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평화적 집회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합법 시위만을 옳은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미신고 집회, 금지 통고 집회, 범위 이탈 집회는 모두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시킨다. 이는 집회의 정부 개입 가능성을 의미한다. 박주민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불법 집회면 차벽을 쌓고, 물대포를 쏘는 등 강제 해산하려고 한다. 이는 국제적 기준과 맞지 않다”며 “정부의 입맛에 맞는 집회는 보장하지 않겠다는 논리다”고 말했다. 이는 실제로 지난 2차 민중총궐기 때 나타났다. 경찰이 민중총궐기에 대해 계속해 금지 통고를 내렸고, 법원의 경찰 통고가 부당하다는 판단에 집회를 할 수 있었다. 인권사랑방 최은아 활동가는 “박근혜 정부부터는 금지 통고 비중이 늘어났다. 반정부적 시위는 못하게 하고, 친정부적인 시위는 가능했다. 집회의 가능 여부에 대해 경찰이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1월, UN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평화로운 집회를 보장할 것을 권고 받았다.

  불필요한 진압, 사라진 의제
  지난 12월 21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광화문광장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공안에 위협이 된다”며 “5,000명이 참가한다고 신고해놓고 수 만 명이 참가하는 집회는 불법”이라는 발언을 했다.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폭력인 것은 맞다. 집회가 다중의 힘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회에서의 폭력을 정당하지 못한 폭력으로 해석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최은아 활동가는 “공무원은 시민들을 위한 봉사자 개념이다. 그런데 집회 현장에서 경찰을 마주치면 집회 참가자를 시민이 아닌 제압해야할 상대로 인식”한다며 “집회를 권리로써 접근하는 것이 아닌, 통제 범위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의 시위 관리가 진압형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반면 선진국은 시위 관리가 관리형인 곳이 많다. 한상희 교수는 “선진국에서도 60년대, 70년대 초반만 해도 진압위주의 작전을 펼쳤지만 집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진압형 집회 관리가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생기자 보호형 집회 관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67년 커너위원회를 통해 폭동이 경찰의 시위관리 잘못으로 시발점이 됐음을 밝혀냈으며 시위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무기 및 장비 사용이 시위 확대와 폭동을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미국은 아이젠하워위원회, 1970년 미 법무부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책자 등을 통해 최소한의 물리력으로도 집회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독일 역시 1960년대만 해도 집회에 대해 강경하게 진압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는 평화적 시위에 대해서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위가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관용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진압형 집회 관리는 의제, 즉 시민의 목소리를 제한한다. 이번 1차 민중총궐기에서도 ‘폭력 시위 대 과잉 진압’이라는 프레임은 남았으나, 의제는 사라졌다. 한상희 교수는 “이번 민중총궐기는 체제를 타도하자는 개념이 아닌 정책비판형 집회였다”며 “이는 무시하고 진압해야 할 것이 아닌 먼저 들어야 하는 이야기다”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진압형 집회 관리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한하면서 동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한상희 교수는 “민중총궐기의 의제는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집회를 불법 집회로 만들어 일반 시민들이 가진 불만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10만 명이나 모여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민들을 무력화 시킨다”고 말했다.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로?
  민주주의 기본 틀인 집회의 규제는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이어졌다. 박주민 변호사는 “국민들이 정부나 대통령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반면 대통령은 국민을 IS에 비유하는 등 정부와 대통령은 국민을 비판하는 게 쉽다”며 “이는 민주주의의 역전이다. 70년대 수준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은아 활동가 역시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고 권위적인 정부로 돌아가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고 이 목소리들이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민주주의가 서서히 없어지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는 “집회는 나를 주장하는 방식이며, 집회하며 차지하는 공간은 내 주권이 실현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시민의 힘으로 사회를 변혁 시켜왔다. 4.19 혁명, 광주항쟁, 6월 항쟁을 겪어오며 민주사회가 발전해 왔다. 시민들의 힘에 다시 한 번 주목해야할 때다.


글 / 사진 곽효원 기자 kwakhyo1@cnu.ac.kr

곽효원 기자  kwakhyo1@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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